한국일보

참 결혼의 의미

2012-12-12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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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행진이 머쓱해지고 있다. 햇님 달님의 꿈은 천생연분으로 가문의 영광이요, 행복의 척도가 됐었다. 현실은 동성결혼이나 싱글 맘이 청실홍실의 새 가정문화로 변하고 있다. 배필과 대상, 형식도 달라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동성결혼을 찬성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바마의 기록적인 선거자금이 동성연애자와 독신주의자들로부터 모아져 최고액에 달했다. 낙태 수술은 기승을 부리고 인구는 점차로 줄고 있다.

오바마의 재선 성공으로 ‘다 함께 전진’이라는 구호 속에 동성결혼 합법화가 가속화 되고 있다. ‘게이 메리지’(Gay Marriage)는 15년 만에 총 30여개 주와 행정구역으로 확대됐다. 필자도 가까운 지인의 아들, 딸 중매에 나섰다 실패했다. ‘중매 서고 뺨 석대 맞는다’라는 한국 속담이 현실감 있게 느껴졌다.

‘발가벗은 도시 문화’ 책은 결혼 행진(웨딩 마치)이 사라져 간다고 지적하고 있다. 단촐한 가족들 잔치 내면에도 이런 고민들이 숨겨져 있다. 동네잔치나 공동체 혼사 같은 열린 예식이 사라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궁색한 예식보다는 축의금이나 선물도 고사해야 하는 억지장단(자식들)에 춤추는 부모들의 잘못이 심각한 듯하다.


전문직 청춘남녀 일수록 혼사는 늦어지고 있다. 미국인들의 결혼 통계도 3년 연속 감소 추세다. 기혼자 비율은 51%(2009)로 매년 줄고 있다. 반대로 독신이나 동거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이 감소 현상은 교육수준과 연령에 상관없이 통례적으로 나타난다.

가족은 첫 사회조직이며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다. 결혼생활은 많은 인내와 고통이 따르기도 하지만 사회가 계속 유지되는데 필수불가결한 제도이다. 찰스 킹슬리(1819)는 “전쟁에 나갈 때는 한번 기도하고, 항해 나갈 때는 두 번, 결혼할 때는 최소 세 번 기도할 것”을 강조했다.

문제 부모는 있어도 문제아는 없다는 말이 있다. 한국일보 본지를 보니 호화 결혼식의 경우 평균 경비가 미국에서는 2만7,000달러이고, 한국에서는 18만 4,000달러(약 2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예단 준비에다 열쇠 몇 개씩 마련해야 하는 풍습은 신부 측 부담이다. 이 경비는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 비극을 초래하는 일도 생긴다. 불화로 인한 자살, 이혼, 타살, 파산 등의 불행한 비극을 초래한다. 1,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USA투데이 독자 설문 조사에서도 부모의 노후자금이 허례허식으로 낭비된다는 응답이 나왔다.

검소하고 조촐한 결혼으로 화제를 모으는 경우도 있다. 산을 즐기는 양승태 현 대법원장은 최근 조촐한 결혼식을 통해 두 딸을 출가시켰다. 그는 “작금의 결혼예식은 졸부현상이다. 화려한 결혼식을 해야 삶이 빛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 호화 예식을 초래했다. 과시와 낭비는 사회범죄”라고 따끔하게 꼬집는다.

고금에 없는 현재의 결혼 양상을 두고 난세라고 지탄하는 한인들이 많다. 행복한 결혼은 부모가 욕심에서 해방되고, 적령기 남녀들에게 만남의 광장을 주선하며, 전통과 문화적 정체성을 선도해야 이뤄질 수 있다. 인생은 연습 없는 공연이다. 남을 의식하는 잔치는 ‘내 집 혼사’가 아니다. 선남선녀 두 사람이 사랑과 존경, 그리고 축복 속에 희망을 성취하는 것이다. 결혼의 참뜻은 번민 없는 행복이다.

결혼이 두려워 살아보고 나서 가정을 이루는 한인 2세도 늘고 있다. 결과는 출산율만 떨어지고 있다. 출산율이 1987년 이래 최저치라는 것이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맡겨놓은 선물일 뿐이다. 혼례식장에서 비명소리는 없도록 하자. 부부라는 굴레 속에 불행의 그림자는 없어야 한다. 청춘은 아름다울 뿐이다.


<김현길 지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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