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12-1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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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쳇바퀴처럼 잘도 돌아가는
전기 요금이 두려워
전기담요 한 장 못 켜고
쭈그리고 누웠다

그라지 문 앞에
젖무덤 사이에 얼굴 처박고
한데 어울려 자는
강아지 새끼가 부럽다

웅크림으로
자궁 속에 잠기고 싶어


치마 밑에 손을 넣어 보니
따뜻함이 전해 온다

손끝에 느껴오는 진동
전해 오는 것이
마누라 속살이지
엄마일 순 없겠지

차라리
전기를 일으켜
감전되는 것이
웅크림보다 낫겠다

- 이상태(1946 - ) ‘절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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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태 시인의 시는 솔직하다. 점잖은 척하지 않는다. 위선과 관습을 벗겨 우리의 속내를 들춰낸다. 그러나 독설보다는 따뜻한 시선이 담긴 유머로 독자를 웃음 짓게 한다. 위 시의 주인공은 전기요금을 걱정하며 전기담요를 못 켜는, 가난하고 별 볼 일 없는 이웃집 아저씨다. 엄마의 자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보통 사람이다. 마누라와 전기를 일으켜 겨울의 추위를 견디고 살아내는 건강한 사내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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