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난 당신꺼라구!

2012-12-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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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일상, 깨달음

▶ 정한나 <남가주광염교회 사모>

12월 달력을 넘기면 지난 일 년이 한 장에 펼쳐진다. 언제 이렇게 달려왔는지 총알보다 더 빠른 세월의 속도를 체감하며 아쉬워지고, 숭숭 보이는 구멍 난 한계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은 사랑으로 함께해 준 이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갑자기 울컥해 지기도 한다.

하루 24시간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신의 선물이지만 특별히 12월의 하루는 더 깊고 따뜻하다. 11월 말 추수감사절이 지나자마자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흥겹게도 하지만, 추운 기온까지 사랑 도우미 되어 어렵고 힘든 이웃들에게 손을 내밀고 마음을 나누게 하는 착한 12월엔 유독 천사들이 많이 보인다. 그동안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따뜻한 마음을 전달받은 이웃들은 따지지도 않고‘ 메리 크리스마스!’를 연방 외친다.

언젠가 런던 템즈 강변에 놓인 한 대의 피아노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연주하는 모습이 화제가 된 장면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일명‘ 길거리의 피아노’라는 프로젝트를 통하여 삭막한 도시에 멜로디가 전해지고 수많은 행복 에피소드를 낳았던 기사는 새로운 눈을 뜨게 했다. 그 후 우후죽순처럼 번진 그 유명한 프로젝트의 이름이‘ Play Me. I’ m Yours’ (연주해 주세요. 나는 당신 거예요)였다. 2008년 영국 버밍햄에서 등장한 길거리 피아노는 지금까지 브라질과 미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세계 곳곳에 놓여진 600여대의 피아노로 번졌고, 내 마음속에도 아름다운 그림으로 각인되었었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3악장을 쳤던 무명 소년의 연주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피아노를 한번도 쳐보지 않은 할머니가 용기를 내어 검지로수줍게 울린 단음만으로도 잃었던 미소를 되찾게 하는 아름다운 프로젝트는 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네 인생은 모두 누군가에게 속해 있다. 때론 그 소속감 때문에 상처도 받고 울 때도 있지만 나를 속박하는 그 무엇들은 모두 나를 성장하게 하는 축복된 이음줄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가족으로, 이웃으로, 선생님과 학생으로, 친구였고, 연인이었던 그들에게 나는 과연 어떤 악기였는가?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그들이 아플 때 그 자리에 함께해 주었던 것만으로도 지친 발걸음을 살려내는 놀라운 힘이 될 수 있었는데. 작은 격려 한 마디, 따뜻한 미소 짓기, 넘어졌다 다시 일어난 무릎에 힘찬 응원박수를 보내는 일, 따지지 않고 소리 없이 덮어주는 진짜배려, 공치사 않고 슬그머니 내미는 선한 구제, 시간 내서 아프고 힘없는 이웃들 찾아가는 착한 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기도 한 마디,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참고 또 참아주는 끝없는 인내까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사랑 때문에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서 있지 않은가. 아무런 저항 없이 나를 맘껏 두들겨 달라고 멈춰 있는 피아노를 보면서‘ 진정한 내어줌’의 착한 가치를 맛본다. 훌륭한 연주가와 환상의 하모니를 이루는 악기도 멋지지만 사실 그 무대를 빚내주는 사람들은 연주를 관람하는 청중들이다. 사랑으로 하나된 하모니는 주위의 청중들에게 엄청난 행복과 만족을 선물한다. 이것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놀라운 은총이다. 온몸의 세포가 춤추게 하는…

‘나는 누구에게 속해 있나? 나는 누구의 것인가?’ 깊이 묵상해 보라. 행복의 열쇠를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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