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누구에나 항상 열린 기도의 집?

2012-12-1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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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 절도 빈발

▶ ‘교회 개방’ 고민

“교회 문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하고, 누구에게나 개방돼야 하는가”

각종 행사가 집중되는 연말이 되면서 교계가 이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하나님의 손길을 애타게 찾는 사람들에게 시간의 제한을 두는 것이 과연 올바른것인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토랜스서 방송장비 등 수만달러 도난피해
CCTV 설치 부담에 인종차별 논란 소지도
“교계 차원 매뉴얼 마련 등 대책 필요” 지적


교회 개방문제가 새삼 거론되는 이유는 교회를 대상으로 한 절도범죄로 인해 재산 손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토랜스의 한 한인교회는 지붕을 뚫고 들어온 절도범들에게 수만달러에 해당하는 방송, 음향시스템 장비를 도난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또 오렌지카운티봉사단체 한 곳도 컴퓨터와 TV 등 전자장비가 절도범에 의해 털렸다. 심지어 절도범들이 낮에 교회 내부로 들어와 숨어 있다가 새벽기도 시간에 교회 문이 열리는 틈을 이용해 훔친 물건을 갖고 달아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한인 교계는 각 교회가 일정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15일부터 시작되는 성탄절축하 행사는 주중에도 계속되며 25일 성탄절에 절정을 이루면서 31일 자정을 기해 일제히 송구영신 예배를 드린다. 행사 내용도 유아, 유치, 초등, 중고등부, 청년대학부, 성인들이 각각 또는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진행되다보니 평소 교회에 출석하지 않았던 사람들 중 그동안 자녀들만 교회에 보냈던 학부형들의 픽업이 주중에도 계속 이어지고 음악행사의 경우 외부인 출입자들도 많다.

문제는 이러한 행사와 관련 없이 절도 등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방송 송출에 따른 시스템과 음향장비, 교회비품 등의 가격이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외부인들의 출입을 무조건 허용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CCTV 등 보안장비를 보강하자니 비용 부담이 적지 않아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잘못 대응했을 경우 인권침해 또는 인종차별 등 예기치 못한 사회적 문제로 비약될 수 있다는 점도 교회 관계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LA 한인타운의 한 교회 행정목회자는 “CCTV 설치비도 한계가 있어 최근에 그동안 주중에도 열어놓았던 교회 출입문을 할 수 없이 잠갔다”며“ 외부인 출입에 대한 시설물과 주중에도 교육받고 있는 어린아이들 보호차원에 따른 이유 때문으로 급한 용무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초인종을 설치했는데 어느 날 보니 그 벨이 파손돼 있었다”고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플러신학교 교수(미주성결대학교 대학원장)이며 내적치유 전문사역을 펼쳐온 황의정 목사(둘로스 선교교회 담임목사)는 교회 개방은 지역사회의 위치적, 환경적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교회에 찾아 온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지나쳐 또 다른 마음의 상처가 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교회 시설물 개방엔 신중한 교회적 판단과 함께 미리 준비해 놓은 매뉴얼에 따른 대처
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계 차원의 충분한 여론수렴을통해 각 교회가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대응 매뉴얼 마련 및 훈련을 강화하고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보험상품 공동연구, 방범교육 실시 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차용준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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