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억의 명화 `카사블랑카’속편 나온다

2012-12-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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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명화 `카사블랑카’속편 나온다

릭(험프리 보가트)과 일사(잉그릿 버그만)가 카사블랑카 공항에서 이별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로맨스 영화의 금자탑으로 올해로 개봉 70년이 되도록 팬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카사블랑카’의 속편 제작이 현실적으로 가시화하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릿 저널이 보도했다. 이 영화의 속편 제작은 그 동안에도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매번 불발로 끝났는데 이번에 영화를 만든 워너브라더스의 창설자 중 하나인 해리 워너의 손녀인 캐스 워너가 본격적으로 속편을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한 발짝 현실화 앞으로 다가서게 됐다.

워너브라더스 창설자의
손녀 캐스 워너 공식 발표
각본의 내용은 이미 완성
주인공들의 후일담 그려
잉그리드 버그만이 맡았던
일사 역 누가 할지 관심

사실 ‘카사블랑카’의 속편 각본은 지난 1980년대 후반 원작의 각본을 쓴 하워드 카치가 완성한 바 있다. 그런데 카치는 원작의 각본을 공동으로 집필한 필립과 줄스 엡스틴 형제와 함께 1943년도 오스카 각본상을 받았다.


카치가 쓴 속편의 제목은 ‘카사블랑카로 돌아가다’(Return to Casablanca)로 전편의 4명의 주인공들의 후일담을 그렸다.

전편에서 안개 낀 카사블랑카 공항을 떠난 일사 런드(잉그릿 버그만)와 그녀의 남편 빅터 라즐로(폴 헨리드)는 미국에 무사히 도착한다. 이들은 그 후 카사블랑카를 떠나 북아프리카에서 레지스탕스 요원들로 나치에 대항해 싸우는 일사의 애인 릭 블레인(험프리 보가트)과 경찰서장이었던 르노(클로드 레인즈)의 거처를 수소문 하나 실패한다.

각본의 주제는 일사가 카사블랑카에서 잠깐 릭을 만났을 때 가진 정사로 아들을 낳았는데 이 아들이 정치적으로나 다른 모든 면에서 릭을 닮은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카치는 죽기 6년 전 자기 각본을 워너브라더스에 제출했으나 속편 제작이 거절됐는데 이번에 카치의 제자이자 자신의 독립제작사 워너 시스터스를 갖고 있는 캐스가 속편 제작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 가능성이 현실화하게 된 것이다.
아직도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신비한 매력을 지닌 이 영화는 지난 70년 전 뉴욕의 할리웃 극장에서 프리미어를 가진 뒤로 지금까지도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컬트무비가 되었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울고 웃고 또 한숨을 쉬고 안타까워하면서도 릭의 사나이다운 행동에 박수를 치게 되는데 특히 못 잊을 것은 맥스 스타이너가 편곡한 주제가로 팬들의 영원한 애창곡이 된 ‘애즈 타임스 고 바이’다.

“유 머스트 리멤버 디스”로 시작되는 노래는 그 때 이미 나왔던 팝송인데 비엔나 태생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비롯해 수백편에 이르는 할리웃 영화음악을 작곡한 스타이너는 처음에이 노래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이 노래는 기자가 매주 토요일(오후 12시10분~1시)과 일요일(오전 11시10분~정오)에 한국일보의 자매방송인 라디오 서울(AM 1650)에서 방송하는 ‘시네마 천국’의 시그널 뮤직이기도 하다.

모든 영화의 교본과도 같은 ‘카사블랑카’가 세월과 무관하게 우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까닭은 그 내용이 우리의 보편적인 인간성에 직접적으로 호소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사를 사랑하면서도 대의를 위해 그것을 포기하는 릭의 자기희생과 나치를 싫어하면서도 그들에 협조해야 하는 르노 서장의 도덕적 타협이라는 추한 진실 그리고 죽음을 각오하고 자신의 신념을 추구하는 라즐로의 고귀한 정신 등은 모두 우리가 언제나 경험할 수 있는 현실적인 것이어서 강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보가트와 버그만의 기막힌 화학작용과 뛰어난 연기다. 보가트는 이 영화 전만해도 터프 가이로 유명했지만 이 영화에서 터프하면서도 어딘가 공허하고 또 복잡한 내면을 지닌 로맨틱한 남자로 나와 팬들의 가슴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청순하기 그지없어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버그만의 순결하고 단정한 성적 매력 또한 그윽하니 자극적이다.

한편 원작의 각본을 공동 집필한 필립 엡스틴의 아들 레즐리는 영화의 불변하는 매력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영화는 미국 사람들의 특성인 ‘나는 남의 일에 상관 않는다’라는 표면 속에 숨어 있는 인간성과 함께 궁극적으로는 옳은 일을 한다는 정의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과연 누가 릭과 일사의 역을 맡을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로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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