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2-12-06 (목) 12:00:00
저쪽 골목 끝에서
당신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얼른 눈을 돌렸습니다
잠시 기다리다 고개를 들었을 때
당신은 꺾어진 다른 길로 돌아서 가고 있었습니다
다 찢어진 채 애절한 눈만 붙어 있는 허리케인 마탕기 얼굴
공중전화부스 안으로 마구 들이치는 눈발
달려가 당신을 잡지 못하고
반벙어리처럼 우두커니 멀어지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만 보았습니다
4차선 도로가 뚫리고 청수탕개울이 복개되고
별미용실이 사라진 아득한 그 골목에
나는 지금도 서 있습니다
이미상(1964 - ) ‘가로등’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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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절의 무대는, 청수탕 개울이 복개되고 별 미용실이 사라지듯이, 모두 바뀌었습니다. 감나무집이라 불리던 내 고향집 자리에도 아파트가 들어섰더군요. 그러나 우리의 가슴속에서는, 추억이 깊은 곳일수록 조금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화자는 가로등이 돼 이별의 현장에 서서 아픈 순간들을 기록영화처럼 떠올리고 있군요. 눈 내리는 쓸쓸한 골목길에 서있는 그 가로등이 꽤나 추워 보입니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