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가지 부류의 여행자가 있다. 첫 번째 부류는 목표와 과정을 분명하게 나누는 이들이다. 예를 들면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에 가보는 것이 목표라면, 비행기로 태국 방콕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포이벳 국경까지 간 다음에 트럭을 타고 앙코르 유적까지 가는 노고가 필요한데, 이들은 다 과정을 의미한다.
이 부류에 속한 여행자의 관심사는 그 경이로운 유산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건축물들을 만져보는 데에 있기 때문에 방콕까지 가는 비행기나 앙코르 와트까지 가는 트럭여행은 목표지 도달을 위한 힘든 과정이다.
그러다가 목표지에 도달하면, 에너지를 총 동원해 사진도 찍고, 이것저것 감격해서 관람하다가 돌아갈 시간이 되면 아쉬워한다. 그리고 만약 무슨 일이 생겨서 목표지에 가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이 여행은 쓸데없는 낭비가 되어버린다.
한편 두 번째 부류의 여행자에게는 목표와 과정이 따로 없다. 모든 것이 다 목표인 셈이기 때문이다. 비록 앙코르 와트에 가보는 것에 흥미를 느껴 방콕까지 비행기를 타고, 국경까지 버스를 타고, 앙코르 유적까지 트럭을 타고 가지만, 그 모든 여정이 다 목표인 것이다. 여행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일들을 많이 찾기 때문이다.
캄캄한 새벽 버스를 타고 달리다가 창밖으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볼 수도 있고, 지평선 너머로 점차 붉어지는 여명을 황홀하게 바라볼 수도 있다. 이런 부류의 여행자에게는 모든 것이 다 흥미로운 목표이기 때문에 혹 무슨 일이 생겨서 목표지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해도 아쉬움이 별로 없다.
아마도 우리 대부분은 첫 번째 부류의 여행자 기질을 더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예전에는 첫 번째 기질이 더 많았었지만, 언제부턴가 두 번째 부류로 탈바꿈해가는 것 같다. 즉 한 걸음 한 걸음이 다 목표가 되는 여행을 하는 것인데, 이는 우리 삶에도 한 순간 한 순간이 모두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도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은진 / 세종학당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