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소증’

2012-12-0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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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번 한국에 갔을 때 ‘거소증’을 받았다. 한국 이미국에 가서 거소증을 신청하려 했더니 국적상실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구청에 가서 이를 신고하고 오라고 한다. 나는 이민국 길 건너에 있는 구청에 가서 국적상실 신고를 하였다.

직원이 “본적이 어디냐”고 묻는다. 얼른 생각나지 않아 한참 망설이다가 “나는 전라도 사람이지만 서울로 옮겼다”며 “아마 영등포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직원은 “미국에서 그냥 살지 무엇 때문에 한국에 와서 살려 하시느냐”고 내가 청하지도 않은 질문을 한다. 나는 좀 황당했지만 화를 내지는 않았다.

나는 젊은 시절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았다. 지금까지 다녀 본 나라들이 50개국을 넘는다. 그러나 나는 이제 나이가 들고 늙었다. 나와 아내는 이미 미국에 묘지를 장만해 놓은 상태이다.


몸은 미국에 묻히더라도 내 삶의 마지막 시간들은 한국이나 동남아에서 보내고 싶은 것이 내 바람이다. 하지만 나는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겠다. 많은 사람들은 ‘수구초심’이라고들 하지만 말이다.


<서효원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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