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활과 참나무 잎사귀

2012-11-26 (월) 12:00:00
크게 작게
자녀를 키우고 가르치면서 부모의 역할이 어디까지여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모든 영역에서 “할 수 있는데 까지…” 라고 답 하는 것이 아마도 정답일 것 같다.
그래서 시중에 회자되고 있는 우스갯소리 ‘전생 시리즈’는 부모에게 자식은 전생의 빚쟁이라고 하는가 보다. 자식 일이라면 평생 눈먼 사람처럼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게 부모의 삶이다.

이러한 부모의 삶을 ‘사랑과 희생’이라는 말로 얼버무리면서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희생하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자식이 성공 한다면 그것이 보람이 아니냐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합리화 해버리기도 한다. 부모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면에는 ‘자식은 내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시인 칼릴 지브란(1883-1931)은 ‘아이들(On Children)’이란 시에서 부모의 이러한 태도와 관련, 아무리 내가 낳은 자식이라도 아이들은 ‘내 소유가 아님’을 강조하면서 아래와 같은 시로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 / 그들은 당신을 거쳐 태어났지만, 당신에게서 온 것이 아니니까요…. /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에게 속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 당신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지만, 생각을 줄 수는 없지요. /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육체의 집을 줄 수는 있어도 / 영혼의 집을 줄 수는 없습니다. / 아이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서 살고 있고 당신은 그 집을 결코, 꿈속에서도 찾아갈 수 없기 때문이지요. / 당신이 아이들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괜찮지만 / 아이들을 당신처럼 만들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 삶이란 뒷걸음쳐 가는 법이 없으며, 어제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지요. / 부모는 살아있는 활이고 / 아이들은 살아있는 화살이기 때문이지요 … ”

지브란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부모와 자식 간은 ‘활과 화살의 관계’임을 지적하면서 활의 역할을 하는 부모는 활시위를 힘껏 당겨 화살인 아이가 미래로 힘차게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임을 강조하고 있다.

부모인 활은 시위에 얹혀 있는 살아있는 화살인 아이가 자신의 꿈인 목표지점을 향해서 힘차게 날아갈 수 있게 하려면 서로가 준비를 해야 한다. 부모는 미래의 목표지점을 향해서 날아가는 그 화살이 목표지점에 정확하게 도착하기만을 바라보는 것으로 그 역할을 마쳐야만 한다.

마치 한겨울에 누렇게 변해버린 잎사귀를 달고 새싹의 눈을 보호 하고 있다가 봄에 새싹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땅으로 떨어져 내리는 참나무 잎사귀처럼 부모는 활과 참나무에서 배워야 한다. 아름다운 희생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마감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이규성 가정상담소 프로그램 디렉터>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