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현/M&T Bank Sr. Loan Officer

"자동으로 이체를 했는데 이번 달 모기지를 안냈다고 편지가 왔어요." 휴대전화 건너편으로 들리는 목소리가 벌써 굉장히 화가 나 있다. 이번 달 모기지를 고객이 거래하는 C은행에 직접 가서 필자의 모기지 은행에 은행간 송금(Wire Transfer)을 했는데 모기지가 지불되지 않았다고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는 은행에서 홈 모기지 융자를 담당하고 있다. 융자 중에서도 시작 단계인 융자 시작자( Loan Originator)이다. 융자 전체 단계 중 처음 진행 시점에서 필자가 일하고 있다. 일단 융자가 시작되면 필자 같은 융자 시작자가 융자 신청을 받고 프로세서(Processor)가 진행을 해주고 융자 심사관(Underwriter)은 융자를 심사하게 된다. 융자 심사가 끝나면 몇 가지 조건(Condition)들이 필요하게 되고 이것을 다시 융자 프로세서가 고객들에게 받아 융자 심사관들에게 보낸다.

심사관의 최종 승인이 나면 이제 융자는 클로징 부서로 넘어가고 클로징 부서에서 변호사나 클로징 에이전트들과 연락해서 클로징을 하게 된다. 클로징된 융자는 이제 고객서비스(Custom Service)부서에서 모기지 페이먼트를 보내고 세금과 보험을 받아서 관리하게 된다. 그런데 필자가 하루 종일 업무를 하다 보면 필자의 역할인 융자 시작자(Loan Originator) 역할은 25%도 되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필자의 역할과 상관없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럼 몇 가지 사례로 필자의 고충을 이야기 해보자.

사례1)
먼저 앞서 말한 실례인데 상기 건은 클로징이 벌써 몇 해 전에 끝난 고객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전화가 와서 고객 은행에서 필자의 은행으로 지난 달 모기지 페이먼트를 했는데 어떻게 연체되었냐고 확인을 부탁한 것이다. 벌써 그 목소리에는 항의성 뉘앙스가 가득하다. 사실 이런 일은 고객 서비스 부서로 알아봐야 한다. 일단 고객에게 고객의 은행에서 송금한 자료를 받아 주면 그것으로 필자의 서비스 부서에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한 시간 정도 뒤에 고객의 C은행에서 송금한 자료를 받아 보았다. 서류를 보고 바로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할 수가 있었다. 고객은 홈 에퀴티와 홈 모기지 두개를 갖고 있는데 지난달 홈 모기지를 C은행에서 송금하며 지불처를 모기지 부서가 아니라 M&T Bank Home Equity라고 적었고 융자번호는 모기지 융자번호를 적어 놓았다. 그러니 홈 모기지 부서에 홈 에퀴티로 송금이 들어오니 당연히 에러가 난 것이다. 체크로 적어 보내면 사람이 보면서 확인하고 고객에게 연락을 취할 수도 있었는데 전산으로 처리니 그냥 에러가 발생해 미지급 상태로 남게 된 것이다. 고객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그제서야 목소리가 좀 작아진다.

사례2)
또 다른 황당한 사례를 보겠다. 필자가 수년 전에 융자를 해 준 고객 건인데 작년에 필자의 은행에서 W은행으로 재융자를 한 고객이다. 아마 필자의 은행 서비스나 아니면 여러 가지 상황으로 다른 은행으로 옮겼을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이 고객으로부터 장문의 이메일을 받았다. 요지는 작년 9월말에 필자의 은행에서 W은행으로 재융자를 했고 당시 필자의 은행에 예치된 세금과 보험의 예치금(Escrow)을 4,400달러 가량 돌려받기로 완불(Pay off)편지를 받고 마무리 되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받지 못하다가 몇 일전 2,700달러만 받았다는 것이다.

고객의 이메일은 예치금 상환을 도와달라는 부탁이나 필자의 은행에서 어떻게 이런 식으로 고객에게 할 수 있느냐라는 항의성 내용이 다분했다. 그래서 고객에게 작년에 받은 Pay Off 편지와 최근 필자 은행으로부터 받은 2,700달러 체크를 받아 보았다. 고객의 주장대로 클로징 후 은행에서 예치금 4,400여 달러를 돌려주는 것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1년이 지난 뒤 2,700달러만 돌려주었다면 큰 사고다. 그래서 필자의 Pay Off부서에 사정해서 지금은 없어진 고객의 지난 기록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얼마 뒤 최근 돌려받은 2,700달러는 고객의 아내가 실수로 2,700달러를 최근 클로징하고 없어진 필자의 은행에 모기지 원금을 상환한다고 인터넷 송금을 했고 그 받은 금액이 필자에게 돌려진 것이었다. 작년 클로징 후 예치금은 체크로 몇 주 뒤 고객으로 지불되었고 은행으로 돌아온 체크 뒷면엔 고객과 고객 아내가 동시에 사인하고 입금된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 체크를 고객에게 보내주니 그제서야 미안하고 하신다. 웃을 수밖에 없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사례3)
실수는 고객만 하는 게 아니다. 몇 달 전 재융자 클로징을 한 건인데 고객은 필자의 은행으로 신규 콘도를 수년 전 구입하고 재융자를 받은 경우다. 이 고객은 이자를 낮추기 위해서 재융자를 받는 목적도 있지만 해결되지 않는 주택세금 문제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고객이 구입한 콘도는 뉴욕시에서 정책적으로 세금 감면(Tax Abatement) 혜택을 받는 콘도이다. 즉 원래 세금은 연간 3,000달러 정도이나 수년 동안 세금 감면을 받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융자 상담 시 고객의 모기지 스테이트먼트에는 고객의 세금이 전부 적용이 되어 있고 세금이 부족해서 은행에서 대신 내주고 그 부족분만큼 매월 고객에서 얼마를 더 청구하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가 세금 감면에 문제가 있는지 뉴욕시 주택국 세금 부서에 고객 세금 상황을 조회해 보았다. 놀랍게도 고객의 경우 주택국에 세금이 1,700달러 정도 크레딧이 있는 것이었다. 자초지종을 조사해 보니 뉴욕시에서는 주택세금 영수증을 고객의 세금을 대신 서비스하고 있는 필자의 은행으로 보냈고 필자의 은행 세금 서비스 담당자가 실수로 경감액(Abatement)을 확인하지 않고 전체 세금 금액만큼 지불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세금 부서에서 이런 경우 세금을 돌려주는데 고객 건은 뉴욕시에서 더 많은 세금을 받아서 기록만 남겨두고 차곡 차곡 모아 둔 것이었다. 그래서 세금 부서에 이 같은 사항을 알리고 세금 부분을 수정하여 클로징을 하였다. 그 뒤 2달 정도 뒤에 고객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드디어 뉴욕시로부터 추가 지불된 세금을 돌려받아 고맙다는 연락이었다. 이런 일들로 매일 필자는 고객들과 씨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