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2-11-08 (목) 12:00:00
벽제 화장장 밖에 나왔다가
풀밭에 버린 많은 담배꽁초들 본다
함부로도 버렸구나 싶던 나도
피우던 담배를 툭 던진다
뭘 버렸느냐 물으면? 말할까
아무 것도 아니다
박의상(1943 - ) ‘아무 것도 아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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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것이 시라더니, 얼핏 담배꽁초를 버리는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다시 읽어보니 장소가 벽제 화장장 옆이다. 어제까지 살을 부비며 살던 사람을 연기로 떠나보내는 곳이다. 꽁초처럼 남은 우리들의 삶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소한 소재로 ‘죽음과 삶’이라는 무거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시시하면서도 결코 시시하지 않은 것이 시인가 보다. 삶인가 보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