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플리핑’다시 등장… “시장 회복에 도움”

2012-10-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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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입 즉시 되팔아 차익>

한동안 뜸했던‘플리핑’이 주택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주택가격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주택가격 하락폭이 컸던 지역을 중심으로 플리핑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플리핑은 주택 매물을 최대한 저렴하게 구입한 뒤 곧바로 되팔아 시세 차익을 챙기는 투자수법으로 주택가격을 비정상적으로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재등장한 플리핑은 과거의 부정적인 비판이 아닌 주택시장 회복에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닉스 · LA 등서 상반기 10만여채 거래
리모델링 거쳐 바로 입주 가능 시장성 갖춰
‘부정적’인식 씻고 급매성 소화에 긍정 효과

◇ 올 상반기 10만채 플리핑
차압매물 전문 웹사이트 리얼티트랙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 사이 전국적으로 이미 10만채가 넘는 주택이 플리핑을 통해서 매매됐다. 2011년과 2010년에 비해 각각 25%, 27%씩 증가한 수치다. 플리핑을 통해 투자자들이 올린 시세 차익은 평균 약 3만달러(개조비 제외)였으며 일부 지역의 시세 차익은 무려 5만달러를 넘어선 것으로도 조사됐다.


대런 블롬퀴스트 리얼티트랙 디렉터는 “주택가격 상승세가 뚜렷해지는 등 플리핑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 중”이라며 “앞으로 플리핑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 상승 외에도 현재 주택시장에 ‘시장성’을 갖춘 매물이 적다는 것도 플리퍼들에게 좋은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압류주택, 플리핑 통해 시장성 갖춰
압류 후 빈 채로 오래 방치된 차압매물의 경우 외관상의 문제는 물론 곰팡이 등 주택기능이 떨어져 저렴한 가격에 시장에 내놓아도 쉽게 팔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구입 즉시 입주 가능한 매물을 선호하는 것이 최근 주택 구입자들의 추세로 이같은 수요를 플리퍼들이 충족시켜 주고 있다.

마이크 베어드 플리핑 관련 TV 리얼리티 쇼 사회자는 “전국적으로 주택 매물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것이 문제지만 그나마 시장에 나온 매물 중에서도 ‘팔릴 만한’ 매물이 없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틈새시장을 노린 플리퍼들의 활동이 최근 주택가격 상승 움직임과 맞물려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전문 플리퍼들의 경우 일반 주택 구입자들이 감당하기 힘든 주택 개조공사를 낮은 비용과 전문 인력을 동원해 짧은 기간 내에 마칠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 주택시장 회복에 필요한 플리핑
과거 플리핑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각과 달리 최근에는 플리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시되고 있다. 주택시장 침체 전과 비교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급매성 매물을 처분하는데 플리퍼들의 활동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블롬퀴스트 디렉터는 “플리핑은 합법적인 매매활동”이라며 “상태가 불량한 매물을 대상으로 개조공사를 실시해 임대 또는 매매 가능한 상태로 바꿔놓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베어드 사회자는 “2000년대 초 ‘감정가 부풀리기’ 등을 통해 주택 구입 후 아무런 조치 없이 되파는 투기적 성향의 플리핑과는 다르다”며 “최근 플리핑은 지역 주택시장 상황을 감안한 정확한 시세 산출을 통해 매물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 플리핑, 서서히 증가 전망
전문가들은 플리핑이 다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예전처럼 급속도로 팽창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현재 주택시장 회복세가 다소 조심스럽기 때문에 지역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해 서서히 사라졌다 나타나는 모습을 반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전국에서 가장 빠른 주택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피닉스 지역의 경우 이미 플리퍼들의 활동을 찾아보기 힘들다. 플리핑 대상 매물이 고갈됐다고 판단한 플리퍼들이 이미 타 지역 주택시장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6월 사이 가장 많은 플리핑이 이뤄진 주택시장은 피닉스와 인근 지역이었다(도표 참조). 이 기간 피닉스-스캇츠데일-메사 지역에서는 총 9,182채의 매물이 플리핑을 통해 매매됐다.

남가주에서는 LA-롱비치-샌타애나 지역에서 약 5,400채, 리버사이드-샌버나디노 지역에서 약 4,600채의 매물이 플리핑된 것으로 조사됐다.

플리핑을 통한 시세 차익이 가장 높은 지역 역시 피닉스 지역으로 플리퍼들은 평균 약 5만5,000달러의 차익을 남겼다. LA 인근 지역에서의 시세 차익 역시 약 5만3,000달러로 비교적 높았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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