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한 송이
2012-10-05 (금) 12:00:00
18년 대한민국을 통치한 독재자가 자신이 가장 신임하던 정보부장이 쏜 총을 맞고 한 여자의 치마폭 속에 얼굴을 묻고 죽었다. 지난 1979년 10월의 일이었다. 언론을 사전 검열하며 글 내용을 트집 잡고 일반 국민의 목을 조이고 권력을 움켜잡은 박정희 유신정권. 그 당시 는 정치 얘기를 하려면 주위를 두리번거려야 했던 시절이다.
유신은 부끄러운 역사였다. 유신 당시 박정희 대통령 다음으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던 이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였다. 살얼음판을 걷던 정국, 짓밟히고 부스러진 인권, 장기 독재정권아래 신음하던 당시 사회. 김재규는 지독하고 잔인한 유신의 생명을 끊었다.
그때 당시 유신의 막이 내리지 않았다면 박정희 대통령은 아마 세계 여러 나라의 독재자처럼 국민들이 던진 돌을 맞았거나,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고 저항하는 국민을 향해 더욱 잔인한 탄압과 공포의 정치를 했을 것이다. 그나마 김재규에 의해 막이 내려짐으로써 한국 정치사에 일대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한다면 나만의 생각일까.
인혁당사건을 다시 생각해 본다. 시민을 잡아가 일 년 동안 가족면회도 안 시키고 사형시켜 돌려준 한 줌의 재. 초롱초롱한 아이들과 아내들이 되돌려 받은 시신들은 검게 타 있었고 손톱, 발톱이 없었다고 한다.
박근혜는 말했다. 이것을 역사의 판단에 맡기자고. 고통을 당한 당사자들이 원하면 대화하자고. 무슨 대화를? 그의 사과는 좀 더 진솔했어야 했다. 피해자들 앞에 좀 더 고개 숙여야 했다. 유신의 유령이 여기저기 다니고 있다. 박근혜는 어느 산자락 무성한 잡초 속에 묻혀있을 김재규 무덤에 들꽃 한 송이라도 갖다 놓으면 안 될까?
<송희만 자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