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10-0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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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 벙글고
잠자리 떼 날고
강아지 조으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바닥만한
가을 햇볕에
흑요석을 깜박이며
아장아장 걸어오시는

우리 아가야,
너는 보았니!
네가 넘어질 때
네가 칭얼댈 때
너를 안아주시는
그분,
너와 똑같이 생긴
그분.

김형영(1944 - ) ‘수호천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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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부’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은퇴한 마피아의 보스가 정원에서 아기 손자와 놀다가 숨을 멈춘다. 그 순간 평소 눈여겨보지 못했던 것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을 것 같다. 꽃들, 잠자리, 강아지 같은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손자의 눈에 비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 햇볕. 그리고 그 아이와 똑같이 생긴 수호천사까지. 항상 가까이에서 우리의 배경이 돼주고 있는 아름답고 고귀한 것들을 잊고 지내다가 나도 그 보스처럼 죽음 앞에서나 떠올리게 되지는 않을까.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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