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쏟아진 부양책…“약”“독”엇갈려

2012-09-2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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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정부 주택정책 짚어보면

주택시장 회복세에 부동산 업계에서 안도의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5, 6년간을 지루하게 끌어온 침체가 멈춘 데는 오바마 행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한몫 했다고 평가된다. 정부 출범 전후로 터져 나온 주택시장의‘고름’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대대적인 주택시장 부양책을 펼쳐왔다. ‘첫 주택구입자’에게 8,000달러까지의 세제혜택을 지원하는 정책이 대표적인 부양책이다. 최근에는‘깡통주택’ 소유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재융자 및 융자조정 지원책도 시행중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주택시장 지원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주택시장 회복의 불씨를 마련했다는 긍정론과 주택시장 자생력 회복에 역행했다는 비판론이 공존한다. 주택도시개발국(HUD)이 발표한 오바마 행정부의 주택시장 정책 성적표를 들여다본다.

‘첫 구입자’세제혜택·재융자 프로그램 등
깡통주택 감소·침체 멈추는데 큰 성과
일부선“시장 자생력 회복에 역행”비판도

■성과는 있었다
주택가격이 최근 들어 회복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 주택시장 정책의 가장 큰 성과다.


주택가격 회복은 출범 초기에는 기대조차 힘들었던 결과다.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깡통주택’ 비율도 지난해보다 약 11% 감소하는 등 최근 급감 추세다. 올해에만 약 50만명이 넘는 주택 소유자들이 정부 주도 재융자 프로그램인 HARP를 통해 페이먼트 부담에서 벗어난 것도 성과로 여겨진다.

에리카 포딕 HUD 측 서기관은 “그동안의 꾸준한 노력에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며 “그러나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에 허덕이는 가구들이 여전히 많아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 주도 지원책의 혜택이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은행 측에 의한 지원책이 향후 기대되는 부양책이다.

부실차압 처리에 대한 책임으로 5대 은행이 정부와 맺은 약 250억달러 규모의 보상안이 이미 본격적으로 시행중이다.

보상 합의안 시행을 통해 부실차압 피해자에 대한 보상 외에도 약 200만명에 달하는 대출자가 재융자 또는 융자 조정을 통해 페이먼트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HAMP(Home Affordable Modification Program)
정부 주도의 융자조정 프로그램으로 2009년 3월 시행됐다. HAMP를 통해 현재까지 약 190만명에 달하는 대출자가 ‘한시’ 융자조정 기간을 승인 받았다. 이 중 약 100만명은 시험과정을 거쳐 ‘영구’ 융자조정에 성공했다. 그러나 영구 융자조정을 받은 대출자 중 약 23만5,000명은 다시 연체 상태에 빠지거나 주택을 처분한 이유로 HAMP 승인 취소돼 성공률은 약 76% 정도로 볼 수 있다.

HAMP 시행 목적은 높은 페이먼트 부담에 시달리는 대출자들의 1차 융자에 해당하는 페이먼트를 개인별 ‘지불 가능’ 수준으로 낮춰주는 것이다. 대출자의 재정능력에 맞게끔 페이먼트를 조정해 주자는 것인데 조정된 페이먼트 금액이 대출자 가구 소득의 약 31%를 넘지 않게끔 조정된다.

당초 약 300만~400만명의 대출자가 HAMP를 통해 구제될 것 기대됐으나 현재 성적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HAMP 시행 초기에 융자조정을 승인받은 많은 대출자들이 다시 연체를 기록하며 현재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다.


최근 들어 HAMP 승인 대출자들의 재 연체율이 다소 줄고 있지만 여전히 우려 수준이다. 7월 현재 HAMP 승인 후 12개 월내에 2번 이상 연체를 기록한 대출자 비율은 약 19%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HAMP의 승인 건수도 시행 초기보다 크게 감소해 올해 7월 약 1만7,000명이 승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HAMP를 통해 인하 조정된 페이먼트 금액은 약 144억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HARP(Home Affordable Refinance Program)
HAMP와 같은 시기인 2009년 3월 처음 선보인 HARP는 어려움에 처한 대출자들의 재융자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연체기록은 없지만 페이먼트 납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출자들이 이 프로그램의 주대상자들이다. 최근에는 ‘깡통주택’ 대상자들에까지도 HARP 신청의 길을 열어주며 확대 시행되어 오고 있다. 신청대상 대출자는 패니매나 프레디맥 등 정부 금융기관이 보증을 선 대출로만 제한된다.

시행 초기에는 대출금이 시세의 80~105%를 넘지 않는 한도에서만 HARP를 통한 재융자가 실시됐다. 그러나 이같은 기준에 따른 시행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자 오바마 행정부 측은 대출금 대비 시세 비율을 125%까지 확대 시행했으며 지난해에는 비율에 상관없이 재융자를 실시토록 기준을 대폭 완화시켰다.

기준 완화 후 승인율이 대폭 늘었으며 올해 7개월 동안 실시된 HARP 건수가 지난해 전체 HARP 건수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약 150만명의 대출자가 HARP를 통해 재융자에 성공했다. 올해 6, 7월 중 승인된 HARP의 약 절반 이상은 대출금 대비 시세 비율이 105%를 초과하는 고비율 ‘깡통주택’ 소유자들이었던 것으로도 파악됐다.

■2MP(2ndLienModificationProgram)
2차 융자를 조정해 주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2009년 4월부터 시행됐지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융자조정 때 1차 렌더의 참여가 활발한 반면 2차 렌더의 참여는 저조해 융자조정이 실패하는 사례가 많았다. 정부는 이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2차 렌더가 융자조정에 응할 경우 자금을 지원해 주는 방식으로 참여를 유발했다.

그러나 실적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당초 약 100만명 이상의 대출자들에게 2MP의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재까지 약 9만명이 참여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 중 2만664명이 2차 융자금액 전액을 탕감 받았고 나머지 6만4,977명은 2차 융자 잔금 중 일부를 면제받는데 성공했다. 전액 탕감을 받은 2차 융자 평균 금액은 약 6만2,000달러고 일부 탕감액 평균은 약 8,900달러로 집계됐다.

■HAFA(Home Affordable Foreclosure Alternative)
2010년 4월 시행된 HAFA는 ‘깡통주택’ 소유자 중 HAMP, HARP 또는 다른 구제책의 대상이 되지 않는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구제 프로그램이다. 차압위기에 놓인 주택 소유자들이 차압만은 피하기 위해 문을 두드리는 곳이 HAFA다.

차압을 피하기 위해 숏세일 등의 주택 처분 방식을 선택하는 주택 소유자 또는 렌더에게 정부가 현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와 달리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였던 부채 대비 소득 비율(DTI) 기준을 지난해 초 삭제했음에도 불구하고 HAFA 수혜자는 지난 7월까지 약 6만여명에 불과했다.

■Hardest Hit States Fund
주택시장 침체 정도가 심각한 주에서의 차압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2010년 2월부터 시작된 프로그램. 오바마 행정부는 프로그램 시행을 위해 약 76억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까지 약 7만4,000명의 주택 소유주가 지원을 받았고 약 3만5,000명은 현재 신청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다. 18개 주가 프로그램에 참가해 어려움을 겪는 주택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예산을 지출했다.

연방 재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지출된 약 10억달러의 예산 중 약 70%는 실업수당 지급의 형태로 주택 소유주들에게 제공됐다.

실업상태에 빠진 주택 소유주들이 재취업할 때까지 모기지 페이먼트를 지속할 수 있도록 자금이 지원됐다. 사용된 예산중 나머지 금액은 실업 여부와 관계없이 재정난에 처한 주택 소유주들의 모기지 연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사용됐다.

재무부에 따르면 배정된 예산의 일부만 지출될 정도로 프로그램 참여도는 기대 밖으로 저조한 편이다. 직장을 잃은 주택 소유주들은 대부분 조만간 재취업을 기대하고 프로그램 신청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실차압 처리보상 합의안
지난해 50개 주 검찰국과 5대 주요 은행 간 타결된 합의안으로 올해 4월부터 비교적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JP 모건체이스, 시티뱅크, 웰스파고, 얼라이 파이낸셜 등 5대 은행은 일명 ‘로보 사이닝’으로 불리는 부실차압 처리에 대한 책임으로 약 250억달러 규모의 보상금을 피해자와 재정난에 처한 대출자들을 위해 제공해야 한다.

합의안에 따르면 은행들은 대출원금 삭감, 이자율 조정 등의 형태로 대출자들의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을 덜어주도록 되어 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106억달러가량의 금액이 신청됐고 대부분 은행 측의 숏세일 승인에 따른 비용으로 신청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말 기준으로 약 13만8,000명의 신청자가 합의안에 따른 보상을 받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보상액중 약 50억달러는 대출원금 삭감에 지출됐다. 이 중 10억달러는 원금 삭감이 최종 결정된 대출자에게 제공됐고 나머지 40억달러는 현재 ‘시험기간’ 과정중이다. 이밖에도 약 1억300만달러는 이자율 조정 등 대출자의 재융자 실시 용도로 신청됐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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