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옛 모습 고스란히 간직… 현대사와의 만남

2012-09-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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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바린다 닉슨 도서관

오렌지카운티 요바린다(Yorba Linda)에는 미국의 제37대 대통령인 리처드 밀하우스 닉슨 기념관 및 뮤지엄(Richard Milhous Nixon Library & Museum)이 자리 잡고 있다. 닉슨 독트린, 상하이 공동성명, 워터게이트(Watergate) 사건 등으로 유명한 닉슨 대통령의 생가이자 유택이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닉슨의 여러 가지 행적을 둘러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관이 있다. 미국의 정치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 요바린다의 닉슨 기념관 및 뮤지엄을 찾았다.

미중 수교·베트남 전쟁 등 굵직한 사건들 조명
출생서 결혼·자녀 출생까지 닉슨의 일생 한 눈에

■ 다양한 전시회
닉슨 라이브러리 안으로 들어가면 정치, 경제, 의료, 도시환경, 우주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닉슨 대통령의 업적은 물론 출생에서부터 결혼, 부모와 자녀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소개된다. 시간이 있다면 계획을 넉넉히 잡고, 공부하듯 천천히 둘러볼 것을 권한다.


닉슨 대통령의 정치적 업적관련 전시 중 눈에 띄는 것은 1972년 중국 방문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사진, 조각상들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중국과의 외교 이외에도 베트남 전쟁이나 베를린 장벽의 붕괴 등의 역사 속 사건이 조명된다. 베를린 장벽의 한 벽이 전시돼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또한 한국 방문 당시 한국의 어린이 무용단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

닉슨의 개인적인 삶도 엿볼 수 있다. 텔마 팻 캐더린 닉슨(Thelma Pat Catherine Nixon) 영부인에게 보냈던 친필 편지와 친구가 찍어준 결혼식 사진 등 소소한 일상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닉슨의 치적과 행적을 소개하는 영상도 상영하고 있으며, 아폴로 우주선 관련 전시도 신기하고 새롭다. 이 외에도 마치 백악관을 둘러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100% 실제 모형의 백악관 닉슨 서재는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이곳의 커튼이나 실내장식은 케네디 대통령의 영부인인 재키 케네디가 직접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닉슨의 두 딸들의 결혼식 웨딩드레스와 함께 텔마 팻 캐더린 닉슨 영부인이 입었던 서너 벌의 드레스와 코트가 마네킹과 함께 디스플레이 돼 있는데, 실제 사진과 함께 전시되고 있어 마치 그 당시의 모습을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드
레스 전시관 옆으로는 존슨과 닉슨, 포트, 카터 대통령까지 4대에 걸친 대통령의 애마(?)로 활용됐던 대통령 전용 리무진도 당당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닉슨 대통령을 사임하게 만든 워터게이트(Watergate) 전시관이다. 워터게이트는 닉슨 행정부가 베트남전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민주당을 저지하려는 과정에서 일어난 권력남용 정치 스캔들로, 워터게이트 전시관에서는 당시의 상황을 드러내는 영상과 언론 자료들을 상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 정원과 생가
조금은 어둡고, 조금은 무거운 미국의 역사 공부에 머리가 아플 때쯤 전시장 바깥으로 나가면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을 맞이하게 된다. 거대한 사이즈의 분수대는 아름답게 가꿔진 조경과 함께 여유가 있으면서도 품격 있는 정원의 모습을 만들어주고 있다.

정원 뒤쪽으로는 900여스퀘어피트의 작은 집이 위치하는데, 이곳이 닉슨의 생가다. 닉슨 생가에는 닉슨의 어머니인 한나 밀 하우스(Hannah Milhous Nixon)의 숨결이 남아 있는 듯한 부엌 용품과 함께 당시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낡은 가구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닉슨이 즐겨 쳤다는 피아노도 눈길을 끈다. 재미있는 것은 라이브러리 안에 생가의 구조 모형이 자리 잡고 있는데, 생가의 모습을 고스란히 축소시켜 놓은 모형을 실제 생가와 비교하면서 관찰하는 것이 매우 재미있다.

닉슨의 생가를 구경하고 나와 뒤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케네디와 잔슨, 닉슨과 포드 등 4명의 대통령이 사용했던 헬리콥터를 발견하게 된다.

안내원의 설명에 따르면 이 비행기가 이용되던 시절에는 전 좌석에 재떨이가 있으며, 좌석벨트를 매지 않아도 됐다고 한다.

관광객도 실제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있다. 헬리콥터 내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된다.

■ 팁
•입장료: 성인 11.95달러, 7~11세 아동 4.75달러, 학생 & 현역 군인 6.95달러, 시니어 8.50달러, 6세 이하 아동 무료
•개장시간: 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5시
•주소: 18001 Yorba Linda Blvd.
•전화번호 (714)983-9120
•자세한 내용: www.nixonlibrary.gov


<홍지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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