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2-09-20 (목) 12:00:00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기를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 중에서도 오이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야채뿐인 식탁에 불만을 가졌다
그녀는 할 수없이 고기를 올렸다
그래 사랑은 오이 같기도 하고 고기 같기도 한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식탁엔 점점 더 많은 종류의 음식이 올라왔고
그는 그 모든 것을 맛있게 먹었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성미정(1967 - )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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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만 먹던 소녀가 어떻게 삼겹살과 족발을 즐겨 먹는 아줌마로 변신하는지 그 과정을 잘 보여준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던 것을 고집하지 않고 그가 먹는 것을 만들어주고 싶어 한다. 그가 먹는 모든 것을 함께 나누고 싶어진 것이다.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은 남자다. 그러니 남자들이여 그녀의 무차별적 식욕을 너무 탓하지 말지어다. 잡식성 아줌마를 만든 주범은 바로 사랑이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