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09-18 (화) 12:00:00
크게 작게
맞는다는 것은
단순히 폭과 길이가
같다는 걸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오늘 아침,

내 발 싸이즈에 맞는
250미리 새 구두를 신었는데
하루 종일
발이 그렇게 불편할 수 없어요, 맞지 않아요.

맞는다는 것은 사이즈가 같음을 말하는 게 아닌가 봅니다.
어제까지 신었던 신발은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어요.
맞는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헐거워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서로 조금 헐거워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편안해지는 것,
서로가 서로에게 잘 맞는 게지요.


이제, 나도 헐거워지고 싶어요.
헌 신발처럼 낡음의 평화를 갖고 싶어요.
발을 구부리면 함께 구부러지는
헐거운 신발이 되고 싶어요.

- 박상천(1955 - ‘)헐거워짐에 대하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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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큰 신발을 사야 한다는 건 많이 걷는 사람들에게 상식이다. 두꺼운 양말도 신어 야 하고 발이 붓기 때 문이다. 조금 큰 걸 샀 는데도 새 신발로 인 해 물집이 잡히고 한 동안 불편을 겪을 때 가 있다. 대부분은 시 간이 지나며 해결이 된다. 어딘가 신발의 안 맞는 부분이 늘어 나고 닳아지면서 헐거 워지고 편안해진다. 비 로소 신발과 화해하 고 서로 딱 맞아지는 것이다. 오래 살아온 마누라처럼, 함께 낡 아지고 헐거워지는 사 람들과 만나 평화를 나누고 싶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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