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의 죽음
2012-09-13 (목) 12:00:00
유튜브가 세상에 등장한 것은 2005년이다. 인터넷 대금 결제 회사인 페이팰 직원 3명이 시작한 유튜브는 동영상을 올려놓고 공유하는 웹사이트다. 처음에는 마음에 드는 비디오를 함께 즐기는 것이 주목적이었지만 스마트 폰의 보급과 함께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찍혀 올라와 프라이버시가 사라지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치인이 회의석상에서 조는 모습이 공개돼 낙선하는가 하면 지하철 안에서 못된 짓을 하는 장면이 녹화돼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신원이 불분명한 제작자에 의해 만들어진 한 영화의 비디오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글자 그대로 폭발적인 결과를 낳고 말았다. 유대인으로 알려진 샘 바실이라는 사람이 500만 달러를 들여 제작한 ‘회교의 순진함’(Innocence of Islam)이란 영화는 지난 7월 LA의 한 극장에서 개봉됐지만 아무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사장되는듯 싶었다.
그러던 것이 회교의 창시자 모하메드를 파렴치한 아동 성추행범과 호색한으로 묘사한 일부 장면이 최근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이집트에서부터 항의 시위가 일기 시작했다. 그러다 11일에는 리비아 벵가지에서 크리스 스티븐스 대사를 포함, 4명의 미 외교관이 로켓 수류탄으로 무장한 수십명 폭도들의 습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임시 대사관 건물에는 리비아 경비대가 있었으나 폭도들의 기세에 눌려 대항하다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폭도들의 정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오사마 빈 라덴이 죽은 후 알 카에다 지휘를 맡고 있는 알 자와히리가 미국에 대한 복수를 공언해 온 점으로 미뤄 봐 알 카에다 관련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이 정말 동영상에 분노해 일을 저질렀는지 아니면 미국에 대한 테러를 오랫동안 준비하다 이를 구실로 감행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회교 테러리스트들이 빈 라덴을 잃고 미국에 대한 복수의 칼을 갈고 있는 이 때 도대체 이런 황당한 영화를 만든 인간의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
한 때 코란을 불태워 주목을 받은 테리 존스라는 목사는 플로리다의 자기 교회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며 선전하고 다닌다고 한다. 이로 인해 아프가니스탄에서 가뜩이나 목숨을 내걸고 싸우고 있는 미군 병사들에 대한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이 목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영화든 글이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행위는 수정 헌법 1조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에 해당돼 폭넓은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자유라 해도 자신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해볼 책임까지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 더 이상 불필요하게 회교도를 자극하는 몽매한 인간들이 없기를 빌며 9/11 11주기에 죄 없이 횡사한 미 외교관들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