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상 최저 모기지 금리‘그림의 떡’

2012-09-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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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리에 발목 잡힌 대출자들

모기지 금리가 상승세를 멈췄다. 9월 둘째 주(6일 마감기준) 30년 고정금리는 약 3.55%로 3주 연속 상승 후 다시 2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금리가 3주 연속 오르긴 했지만 사상 최저수준으로 여전히 좋은 주택 구입 여건을 제공 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금리가 그림의 떡인 대출자가 여전히 상당수다. 깡통주택 상황이 심해 재융자나 융자조정이 힘든 대출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CNN 머니 닷컴에 소개된 과거 고금리로 대출받은 모기지에 발이 묶인 대출자들의 사연을 살펴본다.

이자율 6~7%일때 집 구입
수년간 가격 폭락‘깡통’전락
융자조정 신청 은행마다 퇴짜
시간 돈 낭비, 크레딧도 나빠져
“집값 오르길 기다릴 수밖에…”

■좀 더 기다릴 수밖에


오렌지카운티에서도 부촌인 뉴포트비치에 거주하는 켈리 리브스. 리브스는 주택가격 하락에 수년간 속앓이를 해왔지만 여전히 뾰족한 수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들어서야 오렌지카운티 주택가격이 상승세라지만 그간 하락폭이 워낙 커 아직까지는 모기지 대출금이 시세보다 높은 ‘깡통주택’ 상태다. 리브스는 현재 보유중인 모기지 대출금은 시세보다도 무려 약 18만달러가 높아 전형적인 ‘깡통주택’ 소유자에 속한다.

최근 이자율이 4% 미만대로 낮다고 하지만 그녀의 모기지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6.75%로 매우 높은 편이다. 미디어 컨설턴트로 일하는 리브스가 재융자를 고려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정 이자율로 변동시키기 위해 은행 측과 재융자를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결과는 번번이 ‘퇴짜’였다. 10여명이 넘는 융자 중개인과 재융자를 위해 상담도 해봤으나 그녀의 ‘깡통주택’ 상황이 비교적 심각해 돌아오는 답변은 역시 거절이었다.

결국 융자조정을 통해 페이먼트 부담을 낮춰보려고 현재 렌더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문을 두드렸다. 리브스는 9개월간의 지루한 과정을 거쳐 결국 은행 측으로 이자율을 낮춰주겠다는 답변을 받아내고 기뻐했다.

그러나 이자율 인하에는 한 가지 조건이 달려 있었다. 현재 리브스가 소유한 주택에 남아 있는 에퀴티가 20% 미만이라 모기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 리브스가 계산해 본 결과 융자조정 후 절약될 것으로 예상되는 페이먼트 비용을 모기지 가입비용으로 고스란히 써야 했다. 결국 그녀는 아쉽지만 융자조정을 일단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리브스의 변동 이자율은 내년 1월 조정 시기를 앞두고 있다. 다행히 최근 모기지 금리가 낮아 그녀의 이자율이 현재보다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녀는 최근 모기지 금리를 감안, 내년부터 적용되는 이자율이 약 4.5%로 월 약 650달러의 페이먼트가 줄어들 것으로 고대중이다.

“현재로서는 (주택 가격이 다시 오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리브스는 “이자율이 오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1,000달러 낮출 수 있는데…


영화 조감독 토머스 코가 현재 거주중인 주택을 구입한 것은 2007년. 당시 코는 LA 인근 실버레익 지역에 약 55만9,000달러짜리 주택을 구입했다. 코가 주택을 구입할 때 선택한 대출조건은 그 당시 성행하던 ‘인터레스트 온리’(interest only). 주택 구입 금액 중 약 41만7,000달러를 1차 융자로 뽑고 10만달러는 홈에퀴티 융자 형식으로 받아 다운페이먼트 금액을 최소화 했다. 두 융자에 적용된 이자율은 각각 6.38%와 7.88%로 현재 이자율 시세와 비교하면 거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코는 CNN 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이자율과 비교하면 내가 보유중인 모기지의 이자율이 높은 것을 알고 있다”며 “만약 최근 이자율 시세로 두 모기지를 재융자 한다면 월 약 1,000달러가 절약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코가 재융자를 신청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의 렌더인 뱅크오브아메리카를 통해 재융자를 시도했으나 역시 ‘언더워터’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래도 그는 부실 차압에 대한 책임으로 5대 은행이 실시키로 약속한 보상 프로그램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5대 은행은 약 25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부실차압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한편 이 중 약 30억달러는 연체 기록이 없는 약 75만명 대출자의 재융자를 위해 사용토록 되어 있다.

만약 이마저도 도움이 안 된다면 코는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현금을 털어 모기지 원금을 일부 갚아볼 계획이다. 현금 보유분이 줄어 다소 걱정이지만 일단 ‘깡통주택’ 상황에서 벗어난 뒤 재융자를 받을 수 있을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4곳 은행 끝에 재융자 받아내

레익 타호 인근에 콘도를 가지고 있는 니텔 부부는 은행 4곳의 문을 두드린 후에야 재융자를 받을 수 있었다. 4차례에 걸친 재융자 시도로 크레딧에 일부 손상을 입었고 투자된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래도 이자율을 낮출 수 있어서 부부는 기뻐하고 있다.

부부가 소유한 콘도에는 담보 대출로 2건의 융자가 딸려 있었다. 두 건의 융자에 적용된 이자율은 각각 5.5%와 6%로 최근 이자율 시세보다 높다. 남편 브렌트는 부동산 투자자, 부인 크리스티나는 기업체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로 근무하며 고소득자였고 크레딧 점수도 꽤 높은 편이어서 부부는 재융자를 단번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부부가 첫 번째로 문을 두드린 은행은 현재 렌더인 뱅크오브아메리카. 은행 측은 재융자 신청 당시 이자율 시세보다 약 1%포인트 높은 고정 이자율 4.7%로 재융자를 해주기로 일단 제안했다. 은행 측이 제시한 이자율이 기대보다 높은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클로징 비용이 수천달러에 이른다는 말에 부부는 일단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제안을 포기했다.

부부가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크레딧 유니온. 크레딧 유니온 측은 좋은 조건의 재융자 프로그램을 제시했지만 2만5,000달러의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 이유는 부부가 최근 일종의 인터넷 장터인 크레이그리스트에 콘도를 매물로 올린 사실을 유니온 측이 발견했기 때문이다. 은행 측은 부부가 재융자 후 조기에 콘도를 팔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일종의 ‘프리페이 페널티’를 부과한 것이다.

세 번째 렌더인 퀵큰 론즈에서도 부부는 재융자 시도에 실패했다. 재융자 거절 사유는 감정가였다. 3개월 전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실시한 감정가보다 무려 11만달러나 낮은 금액의 감정가가 부부의 재융자 시도를 가로 막았다. 부부는 오기가 생겨 4번째로 시도한 렌더 ‘아메리세이브’를 통해 고정 이자율 3.75%를 적용받아 재융자를 받았다. 부부가 4번에 걸친 시도로 받은 재융자로 연간 약 1만달러의 금액을 절약할 수 있게 됐지만 크레딧 점수 손상, 신청비용 등 마음고생도 만만치 않았다.

■손쓸 방법조차 없다

아투로와 레이 칸델라스 부부는 현재 절망상태다. 여러 차례에 걸친 재융자 시도가 모두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부부가 가장 최근 시도한 재융자는 지난해 말. 오바마 행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HARP’ 프로그램에 부부는 희망을 걸었다.

개정된 HARP에 따르면 ‘깡통주택’ 소유자라도 얼마든지 재융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부부의 희망이었다. 그러나 부부가 보유한 모기지가 정부 모기지 기관인 프레디맥이나 패니매가 보증을 서지 않아 프로그램 혜택 대상이 아니라는 말에 재융자 시도조차 못했다.

부부가 콜로라도스프링스에 주택을 구입한 금액은 65만달러. 이후 주택가격은 42만3,000달러까지 떨어지는 바람에 2009년과 2010년에 시도한 재융자는 모두 거절당했다.

부인은 “두 번에 걸친 재융자 시도에 우리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것 같다”며 “쓸데없이 주택감정 비용만 낭비했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부부의 모기지 대출금은 약 43만달러만 주택시세는 39만5,000달러로 지난번 감정 때보다 더 떨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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