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잇값

2012-09-10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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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토요일 아침에 밖에 나가보면 메일 박스가 부tu져 있고, 드라이브 웨이에는 계란이 깨져 있다. 이웃사람들은 사춘기의 왕성한 호기심이 발동한 틴에이저들이 금요일 밤에 한 짓일 것이라고 말한다. 물불 못 가리는 나이에 그런 행동을 하면 이해를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그런다면 문제가 있는 사람이다.

인간은 누구나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나이에 걸 맞는 행동을 요구 받게 된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서 몸과 마음이 성숙 해간다. 나이마다 발달과정이 다르고, 태아와 유아, 아동과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에 이르는 과정을 ‘발달’이라고 한다. 발달의 지향점은 성숙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가을철들판에 풍요롭게 익은 벼처럼 인격적으로도 성숙해감이 아닐까. 나잇값 못한다는 말은 나이에 걸맞지 않는 행동을 할 때, 철없이 굴 때 쓰이는 말이다. 다른 시선의 이해, 배려에서 나잇값을 느낀다. 나이에 맞는 행동, 품행, 인품을 지녀야 한다는 뜻으로 많은 세월을 살아왔고 그 속에서 많은 것을 경험했으니 보다 모범적이어야 한다는 구속력이 포함된 말이기도 하다.


인생은 여행 가방을 싸는 것과 같다고 한다. 여행가방의 크기는 한정되어 있고, 여행지에 가져가고 싶은 물건들은 너무 많으니 그중 어떤 것을 놓고 갈지를 선택해
야 한다는 의미이다.

인생에 있어서도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되, 과하게 욕심내지 않고 내려놓아야 할 때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하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고집스러움과 편견의 틀에 자신을 가두기보다는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야 하겠다.

억새는 단색이라도 화려한 코스모스를 시샘하지 않고, 갈대는 물가에 있어도 우아한 국화를 부러워하지 않아 가을은 풍성하고 아름답다. 하늘이 허락해준 지상에서의 삶 동안 나잇값을 하면서 존경 받는 어른으로 사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김민정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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