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09-0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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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 가시지 않는 지독한 갈증 같은,
손끝에 끝내 남은 그 어떤 한기(寒氣)의 이름-
서글픔? 그 싸한 본능이 내 내장에 짜릿하다.
우울의 긴 문턱에 더듬이 길게 늘어뜨린 채,
더럽고 치열하게 타오르는 철거민 거리.
서러움? 비웃음이 인다, 내 장년의 현장으로.
그대 비우고 간 잔이 또 한 잔 재촉하는 새벽,
환절기, 그 돌이킬 길 없는 미로에 깊이 삼켜진 채,
젊은 날? 나의 옥빛 꿈을, 끌고 다니다, 내버린다.

- 정휘립(1955 - ‘)딱 한 잔 더 - 용산, 그 비열한 거리에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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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뀔 때면 앓곤 한다. 사춘기를 맞을 때도 그랬다. 이 제는 젊은 날이 끝나는 시간이다. 옥빛 꿈을 버리며 차가운 현실을 깨닫는다. 개인적인 아픔에 사회적 고통이 오버랩 된 다. 용산 참사를 떠오르게 하는, 더럽고 치열하게 타오르는 철거민 거리에서 개벽까지 지독한 갈증으로‘ 딱 한 잔 더’를 되풀이 한다. 너나 할 것 없이 가여운 삶을 살다 가는 존재 들을 향해 울어주는 시인이 아직도 있었구나.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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