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곱째 딸

2012-08-3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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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가 올해 6월 유치원을 졸업하고, 새 학기가 되면 초등학교 일학년이 된다. 우리 집에서 발언권이 가장 세고 영향력이 가장 큰 존재이기도 하다. 엄마의 부엌일도 도와주고, 아빠의 잔심부름은 8학년이 되는 언니와 경쟁적으로 다투며 해준다.

사실 네 명의 사내아이를 낳고 난 후 우리는 “딸 가지는 복은 없구나”라고 포기했었다. 그러던 중 다섯 번째 아이를 가졌다. 그렇게도 기다렸던 딸이었다. 이 아이가 외로울까봐 “딸 자매를 주세요”라고 간구하는 중 여섯째를 가졌는데, 태어날 때 보니까 또 우람한 사내아이였다. 단념하고, 그렇게 5년 남짓 지났다. 아이를 더 원하고 바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내와 나는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주신 생명의 선물로 받아들이고 일곱째를 맞이하였다. 낳을 때 보니, 드디어 딸이었다.

사실 고백이지만, 아내도 자유로워지고, 심방과 전도 등 나들이도 함께 갈 수 있고 이제 막 좋은데, 어린 아이를 또 가졌던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아이가 대학까지 졸업하고, 시집갈 때까지 뒷바라지 하려면, 우리 부부에게는 노후도 반납된 삶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런데 막상 막내 딸 아이가 태어난 날, 생명 있음을 알리며 힘차게 울어대는 아이를 품에 안고 쳐다보면서 나의 생각은 확 달라져 버렸다. “너와 같이 노후에도 젊고 즐겁게 살겠구나”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생각하기 나름이었다.

내 주변의 사람들과 아내의 친구들은 서둘러서 적어도 둘째 혹은 셋째와 넷째, 심지어 다섯째까지 가지며 따라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늦게라도 생명에 대한 믿음이 생겨서일 것이다.


<김병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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