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디지털 성경 사용 급증

2012-08-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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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 성경 존폐론 제기

▶ 스마트폰·아이패드로 예배·성경공부…“대체 못할 것”의견도

디지털 성경의 사용이 늘면서 일각에서는 종이 성경이 존립을 위협 받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20일 USA 투데이가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예배 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다가는 설교에 집중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 받을 우려가 수년 전까지 존재했으나, 이제는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등에 성경을 넣고 다니는 사례의 증가로 사라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종이 성경이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래 지속된 종이 성경의 절대적인 통치가 끝나가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성경의 흥왕과 쇠락’의 저자인 티머시 비알은 “성경은 종이책 문화의 대표주자였다. 그러나 인쇄된 말씀은 점차 성경 읽기의 지배적인 매개체로서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많은 가정에서 볼 수 있었던 전통적인 ‘패밀리 바이블’(Family Bible)을 만나는 일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종이 성경의 위기를 입증하는 사례 중 하나로 꼽았다. 영국 뉴캐슬의 한 호텔은 148개 객실에 있던 하드커버 성경을 지난달 성경이 깔려 있는 아마존 킨들로 대체했다.

디트로이트 소재 새갈보리침례교회의 마이클 네이버스 목사는 교회 사무실에 20여권의 하드커버 성경을 비치해 두고 있으나 얼마 전부터 성경공부 때 아이패드를 쓰기 시작했다. 네이버스 목사는 하지만 나이든 교인들이 자신이 아이패드를 쓰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을 우려, 강단에서는 종이성경을 펼친다. 이 교회의 한 노인 신자는 “만약 설교 중에 배터리가 방전되면 어떻게 하느냐. 목사님이 진짜 성경을 늘 곁에 두기를 바란다. 나는 펼쳐서 읽기만 하면 되는 나의 종이 성경을 e성경과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성경출판업계가 판매 관련 수치를 좀처럼 밝히지 않는 가운데 미시간 그랜드래피즈에 있는 미 최대 성경출판사인 존더반(Zondervan)은 “영업실적이 좋으며 성장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e성경도 만들고 있다. 칩 브라운 선임 부사장은 “요즘은 종이성경을 출판할 때마다 e버전을 함께 낸다”고 말했다. 존더반은 어른과 어린이들을 위해 800종의 종이 성경과 함께 80종의 e성경을 판매하고 있다. 태라 파워스 대변인에 따르면 이 회사의 최근 12개월 디지털 성경 판매량은 1년 전에 비해 4배나 성장했다. 브라운 선임 부사장은 “TV가 영화나 래디오를 죽이지 못한 것처럼 e성경이 종이 성경을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며 “다만 성경과 관계를 맺는 또 하나의 방법이 생긴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크리스천들이 디지털 성경을 반기는 것은 새로운 방법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디지털 성경은 특정 구절이 이야기하는 지역의 지도를 띄우거나 여러 번역을 동시에 비교할 수 있게 해 주거나 말씀 내용을 오디오나 비디오로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갖추고 있다.

“설교 노트가 적힌 아이패드를 들고 강단에 올라간다”는 미시간 어번힐스 소재 사도교회의 스티브 워먼 목사는 “아내가 ‘I love you’라고 적힌 종이카드를 반기지만 텍스트나 이메일도 싫어하지 않는 것처럼 종이 성경을 쓰든 디지털 성경을 쓰든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바이블의 메시지는 동일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인 교계에서도 설교 시간에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성경을 찾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닐 정도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바이블의 사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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