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시장 예상못한‘매물부족’사태

2012-08-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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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져가는 ‘본격 회복’기대감

일부지역 매물 재고기간 작년의 절반
시세보다 낮다 싶으면 하루 수건 오퍼
“이대로면 내년 3~5%대 가격 상승”전망

주택시장에 깊게 패였던 상처가 아물고 있다. 올 봄 주택시장에 불어 닥친 훈풍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주택시장 회복과 관련, 상반된 지표들이 발표됐지만 그래도 회복 모멘텀은 잃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모멘텀이 올 여름을 지나 내년 초까지만 이어진다면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회복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 중이다. 봄부터 주택거래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으며 주택가격 회복세를 보이는 지역도 고르게 퍼지고 있다. 이를 틈타 일부 셀러는 시세를 뛰어 넘는 가격에 집을 내놓거나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고‘기다려 보자’는 국면으로 진입했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당분간 매물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이에 따른 주택구입 경쟁과열, 주택가격 상승 등이 예상되기도 한다.

■매물 재고기간 급단축
주택시장이 예상치도 못한 ‘매물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전국 각지에서 매물부족으로 집을 사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많다.


현실적인 가격에 시장에 나온 매물은 나오자마자 여러 명의 구입자로부터 오퍼를 받는 현상도 이에 흔해졌다. 덕분에 주택 거래기간은 지난해보다 크게 단축됐고 이같은 현상은 적어도 올 여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한 예로 가주 오클랜드 지역의 매물 재고기간은 지난해의 절반으로 확 줄었다. 지난 5월 중 리얼터닷컴에 등록된 매물 중 절반가량이 약 23일만에 팔렸는데 지난해 같은 달의 재고기간은 정확히 두 배인 46일이었다. 남가주에서도 매물부족으로 인한 구입 경쟁심화 현상은 이제 일반화 됐다.

시세보다 낮게 나온 매물은 하루 만에 수건의 오퍼를 제출받고 있으며 시세에 근접한 매물들도 여름 성수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바이어들로부터 일주일 내에 오퍼가 제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숏세일 승인절차가 전반적으로 간소화된 것으로 알려져 숏세일 매물에 대한 바이어들의 관심도 매우 높아졌다. 커트 비어드슬리 리얼터닷컴 부대표는 “불과 1년여만에 주택시장의 전세가 역전된 꼴”이라며 “소비자들의 주택구입에 대한 접근이 지난해에 비해 진지해졌다”고 최근 현상을 설명했다.

매물의 재고기간이 단축되는 현상은 부분적으로 주택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든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매물 감소에 따른 재고기간 단축현상은 그동안 집을 내놓았으나 팔지 못한 셀러나 좀 더 기다렸다가 팔겠다는 셀러들이 늘면서 당분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주택건설업협회(NAHB) 데이빗 크로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퀴티가 부족한 셀러들은 아예 ‘집 팔기’를 포기한 상태”라며 앞으로도 매물부족 현상을 예측했다.

■주택가격 최대 10% 상승
조심스럽지만 주택가격의 빠른 상승세도 예측되고 있다. 전국부동산 중개인협회(NAR)는 현재 추세대로 라면 올해와 내년 각각 최고 3~5%씩의 주택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최근 내놓았다.


특히 향후 수개월 내에 큰 폭의 주택가격이 예상된다고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주택가격이 10% 이상 오른다고 해도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라며 주택가격 상승을 확실시 했다. 그러나 플로리다, 네바다 등 차압매물 비율이 높은 주의 경우 가격상승 속도가 매우 더딜 것으로도 전망됐다.

시장조사기간 코어로직의 전망도 조심스럽지만 주택가격 상승 전망을 뒷받침했다. 마크 플레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면서도 “지역 경제 상황과 유럽 부채 해결방안 등에 회복속도가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코어로직 측은 올 봄 주택시장 상황이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며 건전성을 회복한 것으로 분석했다. 전국적으로 매물 재고기간이 균형 상태인 약 6개월 정도지만 지역에 따라 6개월 미만인 지역도 늘고 있다.

■초저금리 당분간 유지
모기지 금리가 또 내려갔다. 7월19일 기준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전주 최저치인 3.56%를 하회한 3.53%로 집계됐다.

모기지 금리가 끊임없이 하락하자 업계에서는 금리가 이렇게 낮아도 되는가 할 정도의 반응이다. 모기지 금리가 당초 예상을 깨고 초저 금리를 장기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유럽 재정위기 때문이다.

유럽 발 재정위기가 미국 경제 곳곳을 위협하고 있는 한 연방 정부가 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에 연방준비은행(FED)이 유동성 공급을 위한 채권 매입 프로그램인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올 연말까지 연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모기지 초저금리 기조는 상당기간 유지될 전망이다.

모기지은행업협회(MBA)는 올해 3분기 모기지 금리는 약 4% 전후를 기록할 것으로 최근 전망했다.

■까다로운 융자조건 걸림돌로 남아
주택가격 하락, 모기지 금리 하락 등으로 주택구입에 대한 수요는 높아진 반면 까다로운 융자조건과 주택감정 절차 등은 여전히 주택시장 회복에 걸림돌로 남아 있을 전망이다.

적어도 올해 안에 두 가지 장애물이 사라지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주택시장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두 가지 요인이 이제는 주택시장 회복을 가로 막고 있는 장애물로 지적되고 있다.

‘부풀리기 식’ 감정절차에 대한 개선이 필요했지만 정부의 반응의 과하다 싶을 정도여서 감정업계가 과민반응을 한 것이 원인이었다. 주택 거래 가에 미치지 못하는 감정가가 속출하면서 주택거래가 무산되는 사례가 빈번해졌고 주택가격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택시장 지원안 여전히 유효
정부의 대대적인 재융자 지원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큰 변동 없이 재정난에 처한 많은 주택 소유주들을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인 재융자 지원안인 ‘HARP’는 조건이 한층 완화돼 이제 ‘깡통주택’ 소유주들에게도 재융자의 길을 터줬다.

연방 주택국(FHA)도 보증에 나선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서류조건 및 비용이 크게 완화된 ‘스트림 라인’ 재융자 프로그램을 시행중이다.

올해 초 5대 은행과 정부 간 부실차압 책임에 대한 합의안이 이뤄지면서 이에 따른 은행 측이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혜택도 기대된다.

일부 은행은 합의안 이후 최근 자은행 대출자들에게 융자 재조정과 관련된 서한을 보내는 등 혜택제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우 최근 약 20만명의 대출자에게 모기지 원금의 일부를 삭감해 주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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