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07-2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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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개찰구에는
못 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歷史가 화물차에 실리어 간다.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아직도
누굴 기다려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路線이
너의 등에는 지도처럼 펼쳐 있다.

오장환(1918 - ?) ‘The last Train’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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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시절에 쓴 내 시를 읽어보면 감정의 과잉으로 유치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비릿한 청춘을 추억하게 돼 지금의 닳아진 시보다 개인적으로 더 애착이 가곤 한다. 소개한 시는 1938년, 오장환 시인이 만 20세 때 발표한 작품이다. 제목을 영어로 쓴 거 하며, 절제되지 않은 감상적 분위기가 시 전반에 넘치는 것을 보면서 일제시대 젊은이들의 황폐한 마음을 아릿하게 느끼게 된다. 대책 없는 슬픔을 안고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어 하는 스무 살 청년 오장환이 기차역을 쓸쓸하게 서성이고 있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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