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장로교 ‘전통적 결혼관’지켰다

2012-07-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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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USA 총회 결혼정의 변경안
격렬한 논쟁끝 근소 표차 부결
성공회는 동성혼 인정 채택할듯

다수의 한인교회들이 소속돼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개신교 교단 ‘미국장로교’(Presbyterian Church USA)가 동성애자들을 의식한 ‘전통적인 결혼의 정의 변경’을 거부했다.

PCUSA 대의원들은 지난 5일 펜실베니아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220차 총회에서 4시간에 가까운 토론 끝에 결혼의 정의를 ‘한 여자와 한 남자 간의 시민계약’(a civil contract between a woman and a man) 에서 ‘두 사람 간의 언약’(a covenant between two people)으로 바꾸자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338 대 308이라는 근소한 표차로 부결시켰다.


PCUSA는 2010년 총회에서 ‘목회자, 장로, 집사의 신실한 결혼 및 혼전순결 조건’을 삭제하기로 한 개헌안이 통과되고 지난해에는 발효에 필요한 과반수 노회 찬성이 이뤄지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목사 안수를 허용하는 미국 내 네 번째 교단이 된 바 있다.

조만간 열리는 미국 성공회(Episcopal Church) 총회에서는 이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성공회 교인들은 비록 ‘결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동성 간의 결합을 위한 새로운 전례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예상이다.

지난 주 총회에서 PCUSA 대의원들은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인랜드 북서노회의 마샤 테일러는 “하나님 앞에 혐오스러운 관계에 복을 내려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일을 숙고한다는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며 헌법 개정 시도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 올림피아에서 온 멜러디 영 목사는 “(결혼의 정의를 바꾸지 않으면) 교회가 결혼의 평등을 법으로 인정하는 미국 내 주들에서 혼인예식을 집례할 수 없게 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워싱턴주의 경우 동성결혼 허용 여부가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주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주 의회는 결혼의 평등을 인정하는 법안을 지난 2월 통과시켜 크리스 그레고어 주지사의 서명을 받았으며,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시애틀 및 타코마 일원의 한인교회들도 적극 협조한 가운데 이 문제를 주민투표에서 결정하자는 청원서에 필요한 수의 서명을 받는데 성공했다.

총회 표결에서는 210만명의 교인을 가진 PCUSA 교단을 떠나겠다는 보수주의자들의 위협이 큰 영향을 미쳤다. 교단의 한 선교부서 관계자는 “결혼의 정의가 바뀔 경우 국제적인 파트너 18곳이 우리 교단과의 관계를 단절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표의 향배가 크게 양분된 이날의 결과는 교단 내에서 앞으로 변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임을 보여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신학생들은 82%가, 청년 자문 대의원들은 75%가 결혼의 정의 변경을 찬성했기 때문이다.

PCUSA 교단에는 한미노회 산하 24개(남가주 소재)를 비롯, 400개에 가까운 한인교회가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교회는 거의 모두가 가정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동성애에는 절대 반대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나 재산권의 교단 신탁, 목회자 은퇴연금 제도 등의 현실 때문에 교단을 탈퇴하기도 어려워 딜레마에 빠져 있다.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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