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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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과 서울을 보는 마음

2012-06-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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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일상, 깨달음

▶ 송 순 태 <카라미션 운영위원장>

저는 지난 5월 말 집을 떠나 중국 심양을 거쳐 6월 초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서울에 들른 뒤 2주만에 LA공항을 경유해 늦은 밤 포틀랜드 공항에 도착, 귀가하였습니다.

평양에 간 것은 우리가 돕고 있는 고아들을 돌아보기 위한 것이었고, 서울을 찾은 것은 재림교단의 한국 구호기구 책임자들과 사업 협의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북한 고아들을 지원하려는 미주 재림교우들의 뜻에 따라 모금을 시작하고 심부름을 다닌 지 벌써 10년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수차례 북한의 청진과 평양을 다녀오고 또 귀국길에 서울을 머물곤 하였습니다. 그러자니 자연히 북한과 남한의 모습을 거의 동시에 보게 되고, 남다른 시선으로 두 개의 정부와 두 그룹의 동족들을 바라보게 되곤 하였습니다. 그런 시선은 저에게 참 많은 생각, 많은 정서적인 굴곡을 가지게 하였습니다. 그것은 안타까움이었다가, 분개였다가, 자괴감이었다가, 또 절망감이었습니다. 걱정스러운 것은 두 곳을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이런 생각과 감정이 더 깊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번 평양방문 길에서 본 것은 가뭄 속에서 모내기에 매진하는 북한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고단한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일행을 담당한 당국자들과 안내원들은 남한 정부에 대한 서슬 푸른 적의감과 좀 터무니없어 보이는 우월감을 내보였습니다. 이런 우월감은 핵무기와 군사적 우위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들은 북남통일이라는 과제를 자주 언급하였습니다. 고생하는 북한 동족들에 비해 현실감이 떨어지는 북한 관리들의 이런 모습들, 또 고마워하는 고아원 관리자들과는 달리 고압적인 당국자들의 당연히 받을 것을 받는다는 식의 태도는 북한을 찾아간 민간 지원자들에게 좌절감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런 북한의 현실을 보고난 다음, 찾아간 서울은 안타까움을 한층 더해 주었습니다. 이번 서울 길에서 맞닥뜨린 것은 국회의원 임수경씨의 탈북 새터민에 대한 “변절자” 비하발언과 정치권의 요란한 종북 논란들이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상당수 국회위원들이 좌경 내지 종북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상의 자유라는 점에서 이해를 한다고 치더라도, 정말이지 임수경씨를 비롯한 종북 정치인들이 북한의 현실을 어떻게 보고 저런 생각, 저런 행동, 저런 발언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임수경 씨가 북한 동족들의 고단한 삶을 조금이나마 염두에 두었다면 새터민에게 쏟아놓은 욕설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은 평양을 둘러보고 온 이름 없는 민간 지원단체의 한 사람을 분개하고 절망하게 하였습니다.

현실감각이 떨어지기는 남한의 사회도 북한 못지않았습니다. 연일 터지는 지도자들의 비리소식, 낭비로 흥청거리는 서울 거리, 사치하고 소비적인 젊은 세대들의 모습은 저를 혼란스럽게 하였습니다. 정말 저분들이 불과 한 시간 거리 휴전선 너머에서 고통 받고 있는 동족에게 작은 연민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서울과 평양을 보는 제 생각이 너무 단순하고 촌스러운 것일까요? 미국이라는 남의 땅에 살면서 푼푼이 생활비를 쪼개어 북한 고아들들 지원하는 재미 교우들의 정성을 생각해 볼 때, 남한과 북한의 당사자들은 좀 더 바른 사회, 좀 더 민족을 생각하는 정치, 좀 더 겸손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제가 오히려 어긋난 현실감각을 가진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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