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즉흥적 섹스의 후유증 “휴, 어쩌지”

2012-06-15 (금)
크게 작게

▶ 당신 여동생의 언니 (Your Sister’s Sister) ★★★

즉흥적 섹스의 후유증 “휴, 어쩌지”

아이리스(에밀리 블런트·왼쪽)와 해나(로즈매리 드윗)가 다정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모두 결점이 있으나 근본적으로 착한 세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인간관계의 한계와 즉흥적으로 결정한 섹스가 빚어낸 후유증을 진지하면서도 코믹하게 다룬 대사와 연기 위주의 스마트하고 상냥한 3인극이다.

아주 작은 말이 많은 연극 같은 영화지만 관계의 밀접하면서도 복잡한 소소한 내면의 얘기와 함께 상심과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 그리고 갈등과 화해 및 숨겨 놓은 엉뚱한 동기 등에 관한 내용이 매우 세련되고 민감하며 또 진실하고 아름답게 서술되고 있다.

주인공들이 끊임없이 하는 얘기가 실제처럼 꾸밈이 없고 솔직해 마음에 드는데 이런 사실성은 세 배우의 나무랄 데 없이 자연스럽고 꾸밈 없는 연기에 의해 손에 떠 담은 맑은 물처럼 드러난다.


형 탐이 죽은 지 1년이 넘도록 슬픔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 좋은 룸펜 잭(마크 두플래스)은 형의 애인이자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아이리스(에밀리 블런트)의 권유에 따라 워싱턴주의 호숫가에 있는 아이리스의 아버지의 오두막 별장에서 주말을 보내기 위해 도착한다.

그런데 별장에는 이미 아이리스의 언니 해나(로즈매리 드윗)가 와 있지 않은가. 둘은 구면이어서 밤새 테킬라를 마시면서 각자가 갖고 있는 속사정들을 털어놓는다. 손에 든 카메라가 두 사람의 얼굴을 왔다 갔다 하면서 찍은 촬영과 둘이 계속해 주고받는 대사가 유연하게 물 흐르듯이 조화를 이룬다.

해나는 7년간 사귄 레즈비언 애인과 막 헤어진 뒤라 가슴이 아픈데 가슴 아프기는 잭도 마찬 가지여서 둘은 술에 대취, 잭의 제안에 따라 섹스를 한다. 둘의 어색한 섹스 장면이 우스운데 빨리도 끝나다. 그런데 영화의 중요한 플롯인 이 섹스로 인해 얘기가 묘하게 꼬여들면서 마지막은 아찔한 물음표로 끝난다.

이튿날 뜻 밖에도 아이리스가 별장에 들이닥치면서 잭은 해나에게 제발 둘의 섹스를 비밀로 해 달라고 애걸복걸한다. 그리고 해나는 잭과 아이리스가 서로에게 감정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이를 말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한다.

셋이 함께 요리하고 술 마시고 아름다운 자연 속을 산책하면서 그들의 관계와 또 이들 각자의 개인적 사정과 함께 자매의 뒷얘기가 익은 석류의 껍질이 깨어지면서 속이 드러나듯 속속들이 드러난다. 과연 잭과 아이리스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으며 잭과 해나의 섹스는 어떤 결말을 가져 올 것이냐 하는 점이 큰 관심사인데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아 모두 밝혀진다.

연기가 정말 좋다. 어물어물하는 좌불안석 식의 순진한 어른 아이 같은 두플래스와 낙천적이요 생명력 있는 블런트의 연기도 좋지만 돋보이는 것은 드윗이 세밀하고 곱게 그려내는 절망과 아픔의 연기다. 아름다운 경치와 음악도 훌륭하다. 린 쉘턴 감독(각본). IFC.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