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날의 요리를 탄생시킨‘위대한 셰프들’

2012-06-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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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루아… 가스트로노미… 오베르주… 미슐랭 가이드…

요리책이나 요리관련 서적을 읽다 보면 낯선 이름을 접하는 경우가 있다. 요리업계에 대단한 업적을 남긴 이들이라니 그 태생이나 행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자주 등장하는 용어의 자세한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으면 읽는 재미와 이해도 배가 된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지역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이들과 더불어 자주 등장하는 용어의 뜻도 함께 알아보자.

■앙신 카렘(Antcine Careme, 1784~1833)
근대 프랑스 요리와 제과분야의 거장으로 유럽 열강의 군주들과 귀족들을 위해 요리를 만들었다. 19세기 초까지의 프랑스 요리를 체계화한 다수의 저서를 남겼으며, 예술성 높은 장식과자를 만드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 뛰어난 재능의 셰프였다.

■오귀스트 에스코피에
(August Escoffier, 1846~1935)
19세기 말까지의 고전적인 프랑스 요리 기술을 집대성하고, 시대변화에 발맞춰 현대 프랑스 요리의 가교 역할까지 해낸 위대한 셰프. 모나코와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등지의 대규모 호텔에서 셰프로 활약했으며, 총주방장으로서 조직 개혁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알랭 샤펠(Alain Chapel, 1937~1990)
20세기 후반 프랑스 요리계를 짊어졌던 유명 셰프. 그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음식 재료를 중시했다는 점이다. 모든 것에 완벽주의적인 자세로 후배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쳐, 알랭 뒤카스를 비롯해 그를 마음속 스승으로 우러르는 셰프가 많다.

■가스통 르노트르(Gaston Lenotre, 1920~2009)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방에서 태어나 호텔 주방장인 아버지와 요리사인 어머니 밑에서 요리를 배운 프랑스의 초컬릿 장인이자 제과업계의 대부. 가벼운 무스나 계절 과일을 사용한 페이스트리로 20세기 후반 프랑스 제과업계를 혁신한 유명 파티시에이다. 1957년 파리의 부유층 주거지역인 16구에 자신의 이름을 건 제과점을 오픈하고 1960년에 파티용 빵과 케익을 배달해 주는 케이터링 업종을 창안했고, 71년에는 ‘에콜 르노트르’를 설립했다. 르노트르 체인은 세계 12개국에 지점망을 구축하고 프랑스 제과기술이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산티 산타마리아(Santi Santamaria, 1957~2011)
작년 2월 싱가포르의 특급 호텔 ‘마리나베이 샌즈’에 위치한 자신의 여덟 번째 레스토랑 ‘산티’에서 54세의 젊은 나이로 운명을 달리해 요리업계에 충격을 주었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을 대표하며 세계적으로 활발히 활동했던 셰프로 프랑코 독재정권 붕괴 후 민주화 움직임 속에서 카탈루냐 문화 부흥에 이바지하고자 요리사의 길로 들어섰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땅의 개성을 완벽하게 살리는 요리를 만들고, 기본기의 충실함, 제철 재료의 완벽함을 살린 전통요리의 대가였다. 스페인의 음식문화 전체가 페란 아드리아의 영향을 받을 당시에도 전통을 고집하며 시대의 흐름을 역행한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미셸 게라르(Michel Guerard)
1933년생으로 프랑스 남서부 지방에 있는 3스타 레스토랑 ‘레 프레 드 제니’의 오너 셰프로 누벨 퀴진 창시자 중 한 사람이다.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저칼로리 프랑스 요리의 대가이다.


초컬릿 거장·케이터링 창안 가스통 르노트르
제철재료 이용 전통요리 대가 산티 산타마리아
레스토랑을 비즈니스화 성공 알랭 뒤카스
프랑스 고급 요리의 최고봉 조엘 로뷔숑


■로제 베르주(Roger Verge)
1930년생으로 누벨 퀴진 시대에 독창적인 남프랑스 요리로 주목받은 3스타 레스토랑 ‘물랭 드 무쟁’(Moulin de Mougins)의 오너 셰프다. 데이빗 불레이와 알랭 뒤카스, 자크 막시맹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셰프들이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

■폴 보퀴즈(Paul Bocuse)
1926년생으로 20세기 프랑스의 가장 위대한 셰프 중 한 사람으로 누벨 퀴진시대를 주도하고 프랑스 요리를 젠 세계에 알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레스토랑 ‘폴 보퀴즈’는 1965년부터 줄곧 미슐랭 가이드 3스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으며 활동하고 있는 요리사이자 레스토랑 비즈니스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꼽히는 인물로 최초의 수식어를 단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미셸 게라르, 가스통 르노트르, 로제 베르주, 알랭 샤펠 등 유명 셰프 아래서 수련했으며 81년 호텔 ‘지아나’의 레스토랑 셰프가 된지 3년 만에 2스타로 평가받으며 승승장구한다. 1998년 파리 최초로 컨셉 레스토랑 ‘스푼 푸드 & 와인’을 파리 최초로 선보이고, 99년에는 프로교육을 지향하는 ‘알랭 뒤카스 포르마시옹’을 설립한다.
또한 뛰어난 기업전략, 인재양성, 조직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세계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레스토랑을 오픈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다. 각 나라의 개성이 드러나는 세계화 전략을 정확히 구사해 전 세계 25개 지역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조엘 로뷔숑(Joel Robuchon)
1945년생으로 젊은 천재 셰프로 두각을 나타낸 뒤 철저하고 완벽하게 고급 프랑스 요리의 정점에 다다랐다고 인정받았다. 한 번 은퇴했었으나 이후 복귀해서 현재 프랑스, 미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지에 세계적인 수준의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프레디 지라르데(Fredy Girardet)
1936년생으로 스위스 출신의 셰프로 재료를 살리는 참신한 요리를 많이 선보였다. 1990년 폴 보퀴즈, 조엘 로뷔숑과 함께 세기의 셰프로 선정되었고, 1994년에는 스위스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 3스타를 획득했다.

■페란 아드리아(Ferran Adria)
1962년생으로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3스타 레스토랑 ‘엘 불리’(El Bulli)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수년간 손꼽혔다. 음식 재료나 조리시간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맛과 질감을 창조해 내는 ‘분자요리’로 주목 받으면서, 프랑스가 주도하던 서양요리 세계에 새로운 시대를 연 천재 셰프다.

■미셸 브라스(Michel Bras)
1946년생으로 프랑스 중남부 아베롱주 고원지대의 가브리야크에서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어머니가 쓰러지면서 요리에 입문하게 된다. 어머니에게 배우고, 스스로 요리책을 보며 독학한 요리 실력으로 인적 드문 프랑스 시골마을 ‘라기올’에 3스타 레스토랑을 탄생시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채집요리’로 직접 가꾼 밭에서 수확한 채소로 만든 유명한 요리 ‘가르구이유’를 탄생해 전 세계 셰프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지금도 변함없이 아들 세바스티앙 브라스와 함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요리하고 있다. 프랑스 본점 외에 2002년 일본 홋카이도 도야에 ‘미셸 브라스 도야 재팬’ 지점을 냈다.


요리 관련 용어들
**누벨 퀴진(nouvelle cuisine)
‘새로운 요리’라는 뜻으로 요리사 오귀스트 에스코피에(August Escoffier)가 체계화했다. 전통 프랑스 요리와 구별되는, 1960년대 말부터 나타난 프랑스 요리의 새로운 조류를 가리킨다. 품질 좋은 신선한 재료 고유의 맛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버터를 많이 사용하지 않은 라이트한 요리를 추구한다.

**가스트로노미(gastronomy)
프랑스어로 넓게는 ‘미식학’, 좁게는 ‘조리법’으로 해석되는데 일반적으로는 ‘미식을 추구하며 즐기는 문화’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산다”고 말하는 프랑스인들이 탄생시킨 프랑스의 우수한 음식문화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앙리 고(Henri Gault, 1929~2000)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식 비평가. ‘고 & 미요’를 통해 신랄한 위트를 선보이며 새로운 레스토랑 비평 스타일을 확립했다. 이후 저널리즘이 요리업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계기가 되었다. ‘고 & 미요’(Gault & Millau)는 1972년 비평가 앙리 고와 크리스티앙 미요가 창간한 프랑스의 권위 있는 레스토랑 가이드북으로 보수적인 미슐랭 가이드에 대항해서 적극적으로 새로운 인재를 발굴했고, 누벨 퀴진의 이론적 거점으로 요리업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테루아(terroir)
원래 ‘와인과 같은 농산물에 고유의 특징을 부여하는 토지’라는 뜻의 프랑스어. 요리분야에서 이 단어를 사용하면서 지방 특산물과 전통적인 조리법, 식습관 등 ‘토지의 잠재력’이 탄생시킨 요리를 ‘테루아 요리’(cuisinie de terroir)라 부르게 되었다.
‘자신의 근본이자 전통’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오베르주(auberge)
레스토랑이 있는 시골의 소규모 숙박시설.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
프랑스 미식 문화의 대명사.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권위 있는 레스토랑 가이드북으로 프랑스 전역의 레스토랑 및 호텔 수준과 가격, 위치 등의 정보를 담고 있다. 매년 봄에 나오는 이 책은 100퍼센트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고객으로 가장해 지방마다 레스토랑을 순례하며 요리와 서비스 수준을 심사하고 등급을 매겨 별을 달아준다.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3개로 평가받은 레스토랑은 몇 년간 예약이 끝날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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