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06-0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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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턱에 걸린 휠체어를 밀어주자
휠체어에 앉은 여자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덜컥, 웃는다
휠체어를 밀어준다는 것이 그만
여자의 이마 안에 감춰진 미소를 민 모양이다
휠체어에 앉은 여자의
안면 쪽으로 밀려 나온 미소가 들어가지 않는다
미소가 앞장서 간다
휠체어를 미는 사내가
여자의 미소에 웃으며 끌려간다
미소가 웃음을 끌고 가는 언덕길 오후

- 김주대(1965 - )
‘미소가 웃음을 끌고 가는 언덕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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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건, 한 시절, 한 이야기가 하나의 이미지로 남아있기 일쑤다. 그 이미지들은 어머니의 미소처럼 떠올릴 때마다 행복해지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의 찌푸린 얼굴처럼 지워버리고 싶은 악몽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미소 띤 여자 장애인을 밀어주는 웃음 띤 사내가 등장하는 이 장면처럼, 생각만 해도 흐뭇해지는 이미지를 보다 더 많이 안고 살아가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독자들에게 그런 이미지를 보다 더 많이 안겨주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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