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은하고 기품있는 맛·향“커피 비켜”

2012-05-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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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침에 수국차, 당뇨에 뽕잎차, 두통에 국화차 좋아

▶ 茶 차, 위더링→롤링→발효→건조, 차의 풍미와 색깔 달라져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낸 수많은 잎들을 ‘차’라고 부르지만 진짜 차는 동백나무의 한 종인 차나무(camellia sinensis)의 녹색 잎을 우려낸 음료를 말한다.

차나무는 동남아시아와 중국 남부 원산으로, 기록된 역사보다 한참 앞선 시기에 카페인이 풍부한 연한 어린잎들을 그저 생으로 씹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 찻잎에는 흥미로운 화학방어 물질들이 어떤 향신료보다 더 많이들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0년 전 무렵 중국 남서부의 사람들은 물리적 압력, 약한 열, 시간을 이용해 찻잎으로부터 수많은 풍미와 색깔을 끌어내는 방법을 알아냈으며, 서기 1000년 무렵에 차는 중국인의 식단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

지금처럼 물에 넣어 우리는 찻잎의 조제법은 서서히 진화했다. 처음에는 따낸 잎을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끓인 다음 말렸으며 말리기 전 볶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면서 발달했다. 오늘날의 우롱차처럼 더 강한 풍미를 내는 주황색 차가 개발된 것은 17세기 무렵으로, 찻잎을 말리기 전에 스스로 풀이 죽고 눌려지도록 내버려 두면 독특한 향과 색깔이 발달한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중국은 유럽 및 러시아와 광범위하게 교역을 시작했는데, 이 새롭고 더욱 복잡한 유형의 차가 영국을 장악했다. 영국의 차 소비는 1700년의 9톤에서 1800년에는 9,000톤으로 급증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홍차는 차 잎에 의도적으로 압력을 가해 발효를 시킨 것으로 중국인들이 1840년대에 특화된 서양 수출용 차로 이것을 개발했다.

19세기 말까지 세계에서 교역되는 차는 전부 중국산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값비싼 홍차 대금을 아편으로 지불하는 대영제국의 부당함에 대항하기 시작하자 대영제국은 자신들의 식민지, 특히 인도에서의 차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인도의 따뜻한 기후에 맞춰 그들은 토착품종인 카멜리아 시네시스의 아사미카(assamica) 품종, 즉 아삼차를 재배했다. 아삼차는 중국차보다 석탄산 화합물과 카페인 함량이 더 많으며, 맛이 더 강하고 색깔이 짙은 홍차를 생산한다. 그들은 다질링의 히말라야 발치와 그 남쪽의 고지대에 내한성이 뛰어난 중국 차나무를 심었고, 그 결과 지금은 인도가 세계 최대의 차 생산국이다. 오늘날 세계 차 생산량의 4분의 3은 홍차가 차지하고 있는데,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일본은 여전히 홍차보다 녹차를 많이 마신다.

<차의 생산과정>
차는 수확해서 크게 네 가지 과정을 거친다. 차의 제조과정을 알아보자.
*위더링(withering)-수확한 차 잎을 넓게 펼쳐두고 시들게 만드는 과정이다. 표면의 수분을 증발시켜 잎의 대사작용을 바꾸고 물리적으로 약하게 만든다. 위더링이 길어질수록 차의 풍미와 색깔이 깊어진다.

*롤링(rolling)-위더링 후 잎을 누르거나 굴려서 조직구조를 파괴하고 세포액을 배출시킨다. 생잎을 롤링하면 잎의 효소와 산소가 세포액을 변형시켜 추가적인 풍미, 색깔, 맛 등을 생성하게 된다.

*발효(fermentation)-롤링 후 선반에 얇게 펴 넣고 여러 시간 방치한다. 이 과정을 통해 발효가 일어나고 산화가 진전되면서 잎이 붉은 갈색이나 짙은 갈색으로 바뀌고 향도 풍부해진다. 찻잎의 색깔 변화와 냄새 등을 통해 발효과정을 적시에 멈추어야만 좋은 차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술자의 지식과 노하우가 중요시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건조(drying)-이 과정은 잎의 산화과정을 완전히 멈추게 해서 완성차로 유통하기 위한 과정이다. 발효과정을 거친 잎들은 아직도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60~70%) 있는데, 고온건조를 통해 단시간에 건조시켜 발효에 의한 화학변화를 멈추고, 수분 함유율을 3~4%로 유지하도록 만든다.

<카페인이 없는 차 종류>
국화꽃, 감나무 잎처럼 차나무 잎을 재료로 한 것이 아닌 경우에도 국화차, 감잎차 등으로 불린다. 이는 ‘차’가 뜨거운 물에 우려내어 마시는 모든 음료의 대명사로서 자리매김한 것이기 때문이다. 엄격히 분류하자면 차나무를 재료로 만든 것이 차(tea)이며 그밖에 다른 식물의 잎, 줄기, 뿌리 등으로 만든 것은 기능성 음료 티산(tisane) 또는 허브(herbal) 티로 분류한다. 카페인이 없는 차 종류를 알아보자.


#연잎차
피를 맑게 하고 입 냄새와 니코틴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갈증을 해소하는 기능 때문에 숙취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여행가서 물이 바뀌어 고생할 때 마시면 좋다. 삶은 물에 목욕을 하면 피부가 고와지고 피부병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수국차
일명 감로차 또는 이슬차로 불리는데, 천연적으로 단맛이 나는 약초나무인 수국의 잎으로 만든다. 수국차를 끓인 물로 목욕이나 세수를 하면 피부가 고와지고 식후나 운동, 음주 후에 마시면 갈증이 가시고 속이 편해진다. 간헐열, 기침, 해열, 심장병에 효과가 있으며 천연 감미료로 사용된다.

#감잎차
비타민 A와 C가 풍부해 감기를 예방하고 면역기능을 강화시켜 준다. 꾸준히 마시면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 등의 성인병을 개선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는 심한 갈증을 해소시켜 주며 이뇨작용을 돕는다. 또한 신진대사를 촉진키시고 부기를 빼 줘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뽕잎차
혈당을 떨어뜨리는 성분이 10여종 이상 들어 있어 당뇨병 예방 및 치료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또한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루틴(rutin) 성분과 혈압을 낮추는 가바(gaba)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콜레스테롤을 줄이고, 뇌졸중, 고혈압 및 동맥경화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변비개선, 세포의 노화 억제에도 효능이 있다.

#국화차
간을 보호하고 눈을 밝게 하며 머리를 맑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한방에서는 두통과 현기증의 치료약으로 사용해 왔다. 특히 책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많이 봐서 눈이 침침하거나 열이 날 때 달여 마시면 효과적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하는 세가지 차>
녹차녹차는 신선한 차 잎 본래의 성질을 보전하면서도 장점을 강화하고 원숙하게 만드는 제조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잎에 열을 가해 효소의 활성을 제거하고 압력으로 수분을 배출키시고, 뜨거운 공기나 달군 팬에서 건조시킨다. 중국에서는 달군 팬을 이용하는데, 이 ‘볶기’는 오븐에서 구운 음식물들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향을 생성하며, 이렇게 조제된 차를 우리면 초록색이 감도는 노란색이 된다. 일본에서는 수증기를 이용해 볶는데, 이는 잎의 풀냄새와 녹색을 더 잘 보전해 준다.

우롱차우롱차는 효소에 의한 잎 즙의 변형을 유도해 만든다. 잎이 심하게 시들고 약해질 때까지 위더링을 한 다음 가볍게 뒤척거려서 잎 가장자리에 상처를 낸다. 효소작용으로 인해 상처 난 잎 가장자리가 붉은색으로 변할 때까지 몇 시간동안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가 고열의 팬에서 볶고, 롤링을 거쳐 마지막으로 섭씨 100도 아래의 온도에서 완만하게 건조시킨다. 우롱차는 독특한 과일향이 나며 호박색을 띤다.

홍차홍차는 효소에 의한 잎 세포액의 심각한 변형을 유도해 만든다. 우롱차보다 길게 위더링하고 1시간가량 반복적으로 롤링한 다음 1~4시간가량 공기에 노출시켜 효소작용을 돕는다. 이 효소작용으로 홍차의 맛과 향이 결정되는데 짙은 구리색을 띠는 갈색으로 변하고 사과향이 방출된다. 마지막으로 섭씨 100도 내외의 온도에서 건조키시면 짙은 갈색의 홍차가 된다.

고품격 국산 차, 타운서 분위기 있게 즐긴다
●카페 다루
한인타운에도 질 좋은 국산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다. 각종 공연도 관람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인 ‘카페 다루’(대표 서훈정·1543 W. Olympic Bl. LA)가 바로 그곳으로 한국에서 직송한 한국제다의 고품격 차를 고루 맛볼 수 있다. 모처럼 여유 있게 차 한 잔 하고 싶을 때 ‘카페 다루’를 방문하면 시각적으로도 큰 만족을 줄만큼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우리식 소박하고 고운 미적 감각을 현대와 전통의 밸런스를 맞춰 분위기 좋은 공간을 연출했고, 차를 잘 마시기 위한 다기류도 잘 갖춰져 있어 외국인 친구에게 소개하기에도 좋다. 평소에도 차를 생활의 일부로 즐긴다는 서훈정 대표는 하루에 차를 2~3잔 마시면 별 노력 없이도 장수하는 비결이 되고, 몸의 각종 소독 배출과 지방 분해를 돕고 면역기능까지 높여준다며 차 예찬론을 펼쳤다.


<이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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