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기 중반 LA의 어두운 한 장면

2012-05-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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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포니아 느와르’ 시리즈 LACMA 빙극장서 상영

▶ 1950년대 LA서 찍은 범죄영화들 당시 벙커힐 등 다운타운 모습 생생히 고뇌와 방황하는 시대적 분위기 담아

LA카운티 뮤지엄 내 빙극장(5905 윌셔)에서 상영 중인 필름 느와르 시리즈가 오는 25일과 26일까지 계속된다. ‘태양은 서쪽에서 진다: 세기 중반 캘리포니아 느와르’라는 제목으로 상영 중인 시리즈는 1950년대 LA에서 찍은 어둡고 표현주의적인 범죄영화들이 상영된다. 당시 벙커힐 등 LA 다운타운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B-무비들로 언제나 태양에 젖어 있는 LA의 어두운 이면을 센세이셔널한 태블로이드 식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은 전후 당시의 시대적 불안과 함께 앞으로 다가올 1960~70년대의 미국의 각종 사회적 질병과 문제들을 예고하는 것들로 유연한 형식미 속에 사회 저변과 주변 인물들의 고뇌와 통증과 목표 없는 방황 등을 사정없이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시리즈는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캘리포니아 디자인, 1930~1965: 리빙 인 어 모던 웨이’에 맞춰 마련됐다. (323-857-6010) www.lacma.org 입장료 5~10달러.


*25일
▲ ‘저주 받은 자는 울지 않는다’(The Damned Don’t Cry·1953)-가난한 시골부인(조운 크로포드)이 사회 꼭대기로 오르기 위해 갱스터의 정부가 되면서 음모와 배신과 애증의 소용돌이에 빠져든다. 뜨거운 사막 팜스프링스를 무대로 펼쳐지는 화끈한 멜로물이자 운명적인 여성 느와르. 하오 7시30분.

▲ ‘슬라이틀리 스칼렛’(Slightly Scarlet·1956)-사회개혁을 주창하는 정치가를 제거할 임무를 맡은 갱스터(존 페인)가 정치가의 빨강머리 비서(알린 달)와 역시 빨강머리로 막 교도에서 출감한 도벽광인 비서의 자매(론다 플레밍)의 음모에 말려들어 죄와 벌의 길을 걷는다. 걸작 느와르 소설 ‘우체부는 항상 벨을 두 번 누른다’를 쓴 제임스 M. 케인의 ‘사랑의 아름다운 모조품’이 원작인 활활 타오르는 총천연색 느와르. 하오 9시20분.



*26일
▲ ‘계약 살인’(Murder by Contract·1958)-지하세계의 보스의 지시에 따라 보스에 대한 불리한 증언을 할 여자를 살해하기 위해 LA에 온 무자비한 킬러(빈스 에드워즈)가 여자가 있는 경비가 삼엄한 언덕 위의 저택으로 잠입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짠다. 킬러가 행동에 들어가기 전 LA를 답사하면서 50년대의 천사의 도시의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8일 만에 찍었다. 하오 5시.

▲ ‘해질녘’(Nightfall·1957)-할리웃 블러버드에서 시작해 48시간 만에 와이오밍의 눈 덮인 광야에서 끝나는 운명적인 느와르로 대부분 플래시백으로 진행된다. 인정사정없는 은행 강도단의 일원으로 같은 패들이 죽은 줄 알고 버려둔 남자가 패션 모델(앤 밴크로포트의 데뷔작)과 함께 자기를 쫓는 강도들을 피해 도주한다. 하오 7시30분.

▲ ‘배회자’(The Prowler·1951)-부정한 경찰(밴 헤플린)이 자기가 집착하는 고독한 주부를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여자의 남편을 살해할 계획을 짠다. 집념과 살인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에 관한 어두운 초상화로 네바다의 고스트타운에서 클라이맥스가 맺어진다. 하오 8시50분.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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