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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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퀜틴의 어린이날

2012-05-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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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는 멕시코 샌퀜틴으로 의료사역을 다녀왔다. 샌퀜틴은 샌디에고를 지나 멕시코 국경에서 다시 차로 다섯 시간 거리의 바닷가 지역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엔세나다에서 바하 캘리포니아 반도 아래쪽으로 세 시간 정도를 달리면 바닷바람이 시원한 농장지대를 만난다. 여기가 샌퀜틴이다. 미 서부에서 소비하는 토마토와 방울토마토, 체리 등이 대부분 여기서 수확되고 공급된다.

대규모 농장지대에 수확철이 되면 멕시코 남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만명씩 몰려온다. 대부분은 한철을 지내다가 임금을 받고나면 다른 곳으로 떠나지만 30 퍼센트 정도의 인력은 이곳에 남아 삶을 이어간다. 어른들이 농장에 일을 나가면 임시 거처에 남아 있는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또한 13~14세부터 이루어지는 무분별한 접촉으로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게 되고 15~16세도 안 된 어린 미혼모가 갈수록 늘어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학교를 비롯한 장단기 지원이 바로 하이미션(HI Mission·대표 조병철 장로) 의 주요 사역내용이다.
하이미션의 사역에 동참하기 위해 올해도 LA 지역의 한인교회들이 연합으로 팀을 이루어 방문을 했다. 매년 같은 시기에 5~6개 교회의 80여 성도들이 각자 일을 분담하여 ‘샌퀜틴의 어린이날’ 행사를 치르는 것이다.

이 행사는 올해로 12년째인데 참가자 수가 점점 많아져 지난해부터는 1,500명 정도의 인원을 섬기게 되었다. 현지 농장주 가운데 뜻을 같이 하는 지주 한 사람이 자기 농장 안의 대형 곡물창고를 내주어 여기서 옥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동시에 바깥에서는 야외행사들이 이루어진다.
각 교회가 맡은 일의 내용은 대형 천막설치팀, 운송팀, 풍선타워 등 데코레이션팀, 머리를 손질하는 미용팀, 음식준비팀, VBS 사역팀, 인형극 등 공연팀, 찬양팀, 성경공부팀 등인데 나는 의료사역팀으로 간 다른 치과의사들과 함께 일을 했다.


치과장비는 날이 갈수록 선교지용으로 잘 개발되어 무게는 좀 나가지만 부피가 컴팩하게 작아져서 치료에 한몫을 톡톡히 해내었다. 예전에는 아픈 치아를 빼내는 정도 밖에는 해주지 못하던 것을 이제는 웬만한 치료까지 이루어지니 일선에서 환자를 보는 의사들보다 의용공학기술분야 전문가들에게 더 감사를 보내야 할 것 같다.
한편 3년째 이 사역을 돕고 있는 뉴호프 채플의 단기선교팀은 1,500명 분량의 햄버거를 구워내느라 LA에서의 준비과정부터 바빴으나 기도로 준비하면서 일사분란한 협동작업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이 팀이 고안해낸 바비큐 그릴은 대형 드럼통을 세로로 반을 갈라 눕힌 뒤에 현지에서 마련한 석쇠판을 얼기설기 얹어 햄버거 패티를 구워내는 식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4개의 그릴에서 아침부터 구워낸 고기를 빵에 얹고 현지 수확된 싱싱한 토마토가 올려져 맛을 더했다. 3~4시간 만에 1,500명분의 식사가 준비되는 과정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참가한 어린이들이나 지역 주민들에게 이 행사가 계속 이어져 신나는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의미거리’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선교팀은 은혜로운 단기선교를 마치고 LA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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