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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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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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화, 패션계 주연배우 되다

동성애 부부 줄스(줄리안 무어)와 닉(아베트 베닝) 사이에서 자란 남매가 정자를 기증한 생물학적 아버지를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에브리바디 올 라잇’(The Kids Are Alright·2010). 정자 기증자인 폴은 아들 레이저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수많은 질문을 뒤로한 채 이렇게 묻는다. “내 아들이 나이키를 좋아하는지 뉴 발란스를 좋아하는지 늘 궁금했어.” 이제 운동화는 단지 편해서 신는 신발이 아니다.

신는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을 그대로 드러내는 중요한 패션품목이다. 꿈에 그리던 아들의 그간의 삶이 궁금한 아버지가 대뜸 선호하는 운동화 브랜드부터 묻듯. 최근 몇 년 사이 활동성과 실용성을 강조한 스포티즘(sportism)이 세계적인 메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이번 봄·여름 시즌의 신발 트렌드는 단연 운동화다. 거리가 온통 운동화 일색이다..

또 워킹화, 러닝화 이야기냐고? 아니다. 최근 확산 중인 운동화 패션은 3년여 전부터 급성장을 거듭해 온 기능성 신발의 돌풍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요즘 거리에서 쉽게 눈에 띄는 운동화는 ‘올레길, 둘레길의 필수품’으로 포장됐던 워킹화 보다는 관련 업체들이 패션성을 강조해 내놓은 이른바 ‘라이프 스타일화’가 많다.


패션 아이템으로서 운동화의 부상은 도심 오피스족의 옷차림뿐 아니라 관련 업체들의 마케팅 변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푸마는 국내에 법인을 설립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국내 모델을 기용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소셜 캠페인’이라 이름 붙인 이 광고 활동의 아이콘은 가수 이효리다.

20~30대 여성 소비자를 염두에 두고 패션감각이 뛰어난 스타를 기용한 것이다. 이정희 푸마 코리아 라이프스타일 팀장은 “푸마는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모델만 고수하는 브랜드이지만 평상복 차림에 어울리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면서 목표 소비층에 호소할 수 있는 국내 모델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의 신발로 알려지면서 보보스족, 즉 부르주아의 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누리는 새로운 상류 계급의 상징처럼 소개됐던 브랜드 뉴 발란스는 최근 가격대를 다소 낮춰 보급형이라 할 만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특별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닌 평상시에 신어도 괜찮은 패션 아이템으로서 운동화의 중요성이 커진 까닭이다.

오정경 뉴 발란스 마케팅 팀장은 “업계 경쟁이 심해지면서 운동화뿐 아니라 외국의 다양한 스니커즈 브랜드도 대거 국내에 소개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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