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말은 창조의 힘이다

2012-05-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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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 실시된 4.11 총선에서 ‘말’ 한 마디가 큰 파장을 불러왔다. ‘나꼼수’ 그룹 김용민씨의 막말이 자신은 물론이고, 자기가 속한 통합민주당에 막대한 불이익을 가져 온 것이다. 세치 혀에서 나오는 말이 실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무서운 위력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한 경우다.
그래서 옛어른들은 “말이 씨 된다”는 속담까지 써가면서 말을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사람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옛날 어렸을 적 6.25 동란 때의 일이다. 빨치산들이 우리가 살고 있던 동네를 점령한 후 마을사람들을 모아놓고 ‘인민재판’을 벌인 적이 있다. 그때 머슴들에게 인심을 잃은 지주들이 상당수 희생됐다. 주인 밑에서 고된 노동을 했던 머슴들이 세상이 바뀌자 제 세상 만난듯 주객이 전도되어 함부로 행동하던 때의 일이다.
진짜 그 당시 인민재판에서는 머슴의 ‘말’ 한 마디에 따라 생사가 왔다갔다 했다. “저 자는 인민을 해친 적이 있었습니다.” 이 한 마디 말만 튀어나오면 지주들은 사실이 아님을 입증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끌려가 총살을 당했다.

비록 이처럼 눈에 띄게 드러난 경우는 아니라 할지라도 말로써 상처를 주고받는 일은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가족 사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남편의 말 한 마디기 비수가 되는 바람에 평생 피를 흘리며 사는 아내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아내의 무시하는 말 한 마디가 한 남자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 무심코 흘린 부모의 말 한 마디가 자녀의 영혼을 억누르는 커다란 바위가 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말의 힘이다.


칼이나 총알은 피할 수도 있지만, 사람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 한 마디는 피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잘못 튀어나온 말 한 마디는 분명 사람을 해치는 흉기다.
그러나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또한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의 격려 한 마디가 할 수 없다고 포기할 수도 있는 누군가의 인생에서 기적적인 능력을 끌어내기도 한다. 학교에서 쫓겨난 에디슨은 어머니의 격려 한 마디로 위대한 발명가가 되었고, 돼지 목 따는 소리 같다는 말을 듣고 노래 부르는 것조차 포기해 버린 카루소는 어머니의 칭찬에 힘입어 세기의 성악가가 될 수 있었다.

좋은 말은 그래서 축복이다. 고운 말은 꽃씨처럼 날아가 주위 사람의 가슴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수도 있다. 보잘 것 없이 보이는 들풀 하나마저도 씨앗이 바람에 날려 땅에 떨어지면 길가의 꽃이 된다. 말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칭찬 한 마디는 그래서 주위 사람 누군가의 삶 안에서 새로운 생명의 싹으로 피어날 수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은 씨앗이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나듯, 긍정적인 말을 하면 그래서 삶이 밝아진다. 감사와 은혜의 한 마디, 격려와 사랑이 담긴 말 한 마디로 배우자와 자녀, 친구와 친지를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천국으로 안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 말은 살아 있는 창조의 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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