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혼수모어’

2012-04-2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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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모어’(混水摸魚)라는 말이 있다. 물을 흐려 놓고 고기를 잡는다는 뜻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병법이다. 고기를 잡을 때 주변의 물을 혼탁하게 만들어 순간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게 한 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병법으로 응용한 것이 혼수모어의 전술이다.

어렸을 때 작은 그물을 가지고 개울가 풀숲을 발로 헤치면 깨끗하던 개울이 황토 빛으로 혼탁해지고 그물 안에는 어김없이 물고기 몇 마리가 잡혀 있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그 물고기 잡는 방법이 아주 훌륭한 전술이었다는 것이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사람도 뜻밖의 상황이나 환경을 만나게 되면 방향 감각을 잃을 때가 있다. 학식이 있고 판단력과 의지가 뛰어난 사람도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고 흔들릴 때가 있다. 이럴 때 잠시 한발 뒤로 물러서 자신과 그 상황을 직시하면 해결 방법과 길이 보이는데도 그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위와 아래의 기준은 아예 없어진지 오래되었고, 존경과 존중이라는 단어는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시대에서나 어울리는 말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그 혼탁한 물속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고 허둥대고 있는 물고기의 모습은 바로 우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러한 세상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방향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혼탁한 물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맑아지게 마련인데, 오히려 방황하고 허둥대다 물을 더 흐리게 만들 수 있고 잘못하면 꼼짝 못하는 그물에 잡혀 고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인상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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