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04-2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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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기계를 속일 수 없다고
언제나 실수를 조심하며 살았는데
엘리베이터 단추를 잘 못 눌렀다
9층에 빨간 불이 켜졌을 때
황급히 6층의 단추를 눌렀다
9층은 존재하지 않는 공간
하늘이 가까워 사람들이 살지 않는 곳
잘 못 누른 단추는 취소할 수 없었다

어느덧 6층의 맨날 그곳에 내려
익숙한 마늘 냄새 젖을 때
저절로 문이 닫힌 엘리베이터는
스르륵 또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생각하면 무심코 저지른 나의 실수로
취소하지 못 할 무수한 꿈만 실은 채
빈 곳간의 엘리베이터만
올려 보내고 말았던가.

이상묵(1940 - ) ‘엘리베이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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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늘 내리는 층 위의 층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교류가 없어서 올라갈 일이 없다. 엘리베이터 단추를 잘못 눌렀을 때, 얼른 자기가 내릴 층의 단추를 다시 눌러 자신만 내리고 엘리베이터는 빈 채로 올려 보낸다. 마음이 편치 않다. 우리가 지난 날 가졌다가 포기해버린 무수한 꿈들도 엘리베이터처럼 어느 낯선 곳으로 쓸쓸하게 여행하고 있을 것 같다. 꿈을 마구잡이로 꾸지 말고, 함부로 버리지도 말아야겠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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