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12-04-1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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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하늘 사월의 땅 사월의 젊은 얼굴들, 저기 저 사월의 화사한 봄꽃들 피어나거라.

이 세상 구성을 이루고 있는 것이란 것들 모두 피거라. 내 잠행을 위하여 꽃 피거라. 개나리, 진달래, 살고꽃, 복사꽃 등 꽃이란 꽃들 모두 꽃 피고 싶으면 너희도 피거라. 오늘 진실에 대한 확신처럼 이 땅의 민주주의 너도 어서 꽃 피거라. 아니 아직 아름답고 미더운 것은 없나니, 눈치채기 전에 우리 사랑도 어서어서 꽃 피거라. 사월의 사랑이 눈물이 자유
가 목마른 그리움처럼 오는...

이 땅에 눈물 콧물 나는 재채기가 만발한 사월의 자유를 보아라.


오종문(1959 - ) ‘사월의 자유-어느 봄날의 잠행을 위하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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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한국에 나가 대학생들에게 특강을 할 때가 있다. 젊은이들의 맑은 눈동자와 활기찬 몸짓, 건강한 웃음소리를 접하며 다른 세상에 와있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있다. 화자도 사월의 젊은 얼굴들, 화사한 봄꽃들을 보면서 겨울의 억압된 세계로부터 봄날 속으로 잠행한 것 같은 자신을 느낀다. 목마르게 그리워하던 자유와 사랑, 민주주의까지 이 참에 모두 피어나기를 열망한다. “눈물 콧물 나는 재채기가 만발한 사월의 자유”란 종장에서 4.19의 현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김동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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