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투자‘큰 손’들‘골프장으로’

2012-04-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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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급과잉·시장침체에 예견된 값 하락 작년 매매가격 2006년 대비 33% 떨어져 웬만한 고급주택 한 채 값이면 충분

▶ “거품 빠졌다”매입 열기

◇ 골프장 가격 곤두박질, 고급 주택 수준
블룸버그 뉴스가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 마커스앤밀리첩의 조사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 사이 매매된 골프장(18홀 기준)의 중간가격은 약 300만달러로 조사됐다. 웬만한 고급 주택의 가격 수준인 셈이다. 골프장 가격의 거품이 이제 거의 다 빠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최근 기다렸다는 듯이 골프장 사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골프장 매입에 뛰어들고 있는 투자자들로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로부터 대형 주택 건설사 톨 브라더스 등으로 다양하다. 대형 투자자들이 골프장 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가격이 바닥권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매매된 골프장 가격은 2006년에 비해 약 33% 하락한 수준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일시적인 공급 과잉에 따라 이미 예견된 현상이었다.

◇‘트럼프, 톨 브라더스’ 등 투자 활발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의 경우 마이애미에 위치한 도랄 골프 리조트앤 스파를 약 1억5,000만달러에 사들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골프장은 5년 전 투자업체 모건스탠리가 약 67억달러 규모의 CNL 호텔앤리조트 매입 포트폴리오의 일환으로 매입한 것으로 조만간 트럼프에게 소유권이 넘어갈 예정이다. 약 800여에이커 부지를 자랑하는 도랄 골프장은 잘 알려진 ‘블루 몬스터’ 코스를 포함, 5개의 코스를 갖추고 있으며 700여 객실 규모의 호텔까지 포함하고 있다.


고급 주택 건설사로 잘 알려진 톨 브라더스 역시 골프장 매입 열기에 뛰어들었다. 회사에 따르면 자회사인 ‘톨 골프’를 통해 연말까지 급매로 나온 약 300만~400만달러대 골프장 3개를 현금 매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현재 침체중인 주택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골프장 투자에 나선다고 골프장 매입 계획의 배경을 밝혔다.

아놀드 파머 골프 매니지먼트사 대표를 지낸 바 있는 피터 나눌라도 대규모 골프장 매입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렸다. 골프장 전문 투자업체 ‘콘서트 골프 파트너스’를 2010년 설립한 나눌라 측은 지난해 이미 올랜도 지역에 위치한 ‘히스로우 컨트리 클럽앤라켓 클럽’을 약 450만달러에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향후 약 5,000만달러에 달하는 골프장 투자계획을 밝혔다. 나눌라 측은 사들인 골프장들을 리모델한 후 5~7년 내에 되팔아 매매 차익을 챙길 계획이다. 나눌라가 지난해 매입한 히스로우 골프장은 지난 96년 2,000만달러에 매매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골프장 공급 과잉 탓에 가격 급락
골프장 건설의 봇물이 터지기 시작한 것은 타이거 우즈가 97년 조지아주 오거스타 골프클럽에서 열린 매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하기 시작한 직후부터다. 이후 우즈가 페블비치에 개최된 US오픈에서 우승한 2000년 한해에만 무려 400여개의 골프장이 문을 열 정도로 골프장 공급이 과열됐다.

골프장 업계가 하향세를 타기 시작한 것도 우즈의 성적과 운명을 같이 한다. 우즈의 부진이 시작된 2009년부터 골프장을 출입하는 손님이 줄기 시작했으며 이미 시작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골프장 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골프시장 조사기관 골프 데이터테크에 따르면 최근 연 평균 골프 경기 횟수가 2006년 대비 약 7%나 감소할 만큼 일반인들의 골프장 출입 급감했다. 이에 문을 닫는 골프장이 늘게 되면 2006년 이후 약 355개의 골프장이 문을 닫아 현재 영업중인 골프장은 약 1만6,000곳으로 줄었다. 마커스앤밀리첩에 따르면 이 중 현재 매물로 나온 골프장은 약 185개로 가격이 32만달러에 불과한 골프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 빼는 투자기관들
골프장 업계가 부진에 빠지고 대형 투자 업체들마저 투자 중단에 나서자 골프장의 가격은 더욱 떨어지기 시작했다. 부동산 투자업계의 ‘큰 손’ GE를 비롯, 골프장이 최고가일 당시 투자에 뛰어들었던 상업용 부동산 담보부 증권(CMBS) 투자자들이 골프장 투자에서 하나둘씩 손을 떼기 시작하면서 골프장 가격 하락을 부채질 하고 있다.

스티븐 에코빅 마커스앤밀리첩 연구원은 “골프장 업주들의 자금길이 막히면서 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며 “반면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타이거 우즈 전성기 시절 지어진 수많은 골프장들이 이제 문을 닫거나 사라지고 있다”며 “그동안 과잉 공급된 물량이 해소된 후부터는 골프장 사업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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