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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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으로 빚은 ‘회개의 눈물’

2012-04-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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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상기도로 성경인물 형상화 신덕재 복음관상 조각전

▶ ‘슬피 우는 베드로’ 등 8점 성토마스 성당서 21일부터

예수 그리스도가 잡히던 그 칠흑 같던 밤, 카야파 대사제장의 저택 뜰. 베드로는 그곳에서 닭 울기 전에 자기 스승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했다.
그러나 유대인들에게 봉변 당하던 예수가 몸을 돌려 부드러운 눈길로 베드로를 돌아보았다. 짧지만 영원처럼 긴 시간. 그 때 땅이 꺼질 듯한 자책감 속에서도 베드로는 그 눈빛 속에서 깊고 높고 영원한 사랑을 분명히 보았다.

그래서 그는 밖으로 뛰쳐나가 형언할 수 없는 슬픔으로 통곡한다. 스승을 사랑하길 마음으로는 원했지만, 육신이 약해 스승을 버렸던 죄인의 눈물, 회개의 눈물, 사랑 받은 자의 눈물이었다.
이같은 모습의 베드로 등 성경 인물들의 이미지를 복음 관상기도(하느님을 깊이 묵상하는 가운데 직관을 통해 하느님을 바라보고 깨닫고 체험하고 사랑하는 기도방법)를 통해 마음에 그리고 다시 그것을 청동조각으로 형상화한 작품을 접할 기회가 마련된다.
애나하임 소재 성토마스 한인천주교회가 오는 21일(토)부터 5월6일(일)까지 본당 성전 내에서 갖는 ‘신덕재 복음관상 조각작품전’. 전시작품은 ‘슬피 우는 베드로’ ‘이사악을 바치는 아브라함’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 등 8점이다.

조각가 신덕재씨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전시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수년 전 펜실베니아에 있을 때 경험했던 이나시오 영성수련이 나를 복음 관상기도의 세계로 이끌어주었고 이번 작품들은 그 결과물이다”라고 설명했다. 성경구절을 놓고 하는 깊은 묵상과 관상기도가 성경 속 사건이 일어난 특정 장소와 인물들을 자신의 마음에 생생하게 되살아나게 했고, 그것을 청동조각 작품으로 재창조했다는 뜻이다.
신덕재씨는 서울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1969년에 패사디나 디자인대학에서 수학한 뒤 지난 25년간 프랭클린 민트 등 미국 기업에서 조각품 디자이너로 일했다.


신덕재씨는 “펜실베니아의 로버트 맥매너스 몬시뇰 신부님의 재정 후원이 없었다면 이 작품들은 아직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진흙조각 형태로 먼지를 덮어쓰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동조각은 먼저 진흙으로 작품을 빚은 후 그것에 석고 등으로 겉틀을 만든 다음 다시 세라믹 음각 몰딩을 만들어 그 빈 공간에 청동 쇳물을 부어 만드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전시회 관람은 무료이며, 작품 구입(626-293-7141)도 가능하다. 오픈시간은 월~목, 일요일 오전 9시30분~오후 5시, 금~토요일 오전 9시30분~오후 9시(미사시간은 제외).
문의 (714)772-3995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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