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로켓과 밀가루

2012-04-13 (금) 12:00:00
크게 작게
나는 오랜 고민과 망설임 끝에 몇 년 전부터 북한에 밀가루를 보내는데 동참해왔다. 내가 고민한 이유는 혹시 내가 보낸 돈이 군사적 목적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지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쪽에서 보낸 돈이 중국에서 밀가루와 바뀌어져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되고 고아들에게 빵으로 만들어져 배달되는 사진을 보고 나도 동참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낸 돈은 본래 내가 보내고자 하였던 돈의 10분의1도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마음 한구석에는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그들의 군사적 목적을 돕게 되는 일이 될지 모른다는 막연하지만 꾸준한 생각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뉴스에서 북한이 수억달러를 들여 장거리 미사일을 쏠 것이란 보도를 보고 나는 또다시 전에 했던 고민과 망설임에 빠지게 됐다. 북한에서 해마다 부족한 쌀의 양은 약 40만톤에서 80만톤이라 한다. 쌀의 국제 평균 시세가 1톤에 600달러라 하니 로켓 비용이면 몇 년을 견딜 수 있는 양이 되는 것이다. 또한 극히 일부이기는 하겠지만 몸무게를 조절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하겠다 말하는 북한 젊은이를 TV에서 보고는 분노가 일기도 하였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참으로 고민이다. 나의 양심은 보내라고 하고 이성은 보내지 말라 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일인지 모르겠다. 사진에서 본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참고로 한 마디 더 하고자 하면, 북한에 도움을 보낼 때에는 수혜자를 지정하되 중앙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수혜자 이외에는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방에 전달된 물자가 중앙으로 가게 돼 있다.

나는 이 문제를 놓고 많이 기도해 보았지만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다. 예수님이라면, 부처님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리실까?


권경모 / 메릴랜드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