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무를 흔드는 봄바람

2012-04-0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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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사납게 매만지고 가는 겨울바람은 가슴속까지는 다다르지 못했는데, 화사한 얼굴로 가장한 봄바람은 가슴까지 파고들어 나는 겨울바람보다 더 싫었다. 개나리와 진달래를 지천으로 피어나게 하여 방심하게 해 놓고는, 늘 가슴까지 흔들어 대는 그 바람 때문에 나는 항상 심한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나는 며칠 전 ‘생물의 생존 법칙’이라는 신비를 알게 되었다. 겨울 동안 뿌리에 저장된 자양분이 봄에 각 가지에 전달되어 새 생명을 피우기 위해서는 나무가 마구 흔들려야 하는데 봄바람은 그 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건강한 나무로 자라게 하기 위해서 강한 바람이 필요하고 강한 바람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온이 변덕스러울 수밖에 없는, 봄의 신비한 이치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새로운 이치를 깨닫게 되면 모든 것이 달라 보인다.


나무의 구석구석마다 자양분을 주기 위해 마구 흔들어 대는 봄바람이 필요하듯이, 내게 오는 시련도 나를 마구 흔들어 많은 자양분을 가져다주기 위한 섭리로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한다. 이제는 봄바람이 사랑스럽다.


이미애 /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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