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입체영화로 실감나게 보는 `타이태닉 비극’

2012-04-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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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몰사고 100주년 맞아 1,800만달러 들여 재개봉

▶ ‘타이태닉’(Titanic) ★★★½(5개 만점)

입체영화로 실감나게 보는 `타이태닉 비극’

잭(왼쪽)과 로즈가 항해하는‘타이태닉’ 선두에서 사랑의 기쁨에 젖어 있다.

1997년 제임스 캐메론이 감독(각본 겸)해 전 세계서 18억달러를 벌어들이고 작품 및 감독상 등 총 11개의 아카데미상을 받은 해양 참사극 로맨스 영화인 ‘타이태닉’이 실제 선박의 침몰 100주년을 맞아 캐메론에 의해 입체영화로 만들어져 재개봉 된다. 입체영화로 만드는데 든 비용은 1,800만달러 그리고 작업기간은 60주가 걸렸다.

그런데 입체안경을 끼고 봐도 역시 영화는 매우 단순하다. 방대한 규모와 당시로서만 해도 괄목할 만한 특수효과 그리고 세트, 미술, 의상 및 디자인 등 외견상으로는 볼 것이 많고 또 화려하나 예술적으로나 질적으로는 깊이가 모자라 극장을 나오자마자 잊게 될 영화라는 점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매우 감상적인 이 영화의 큰 문제는 오스카상 후보에서도 탈락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허약한 각본이다. 대사가 아주 유치하고 어설프며 또 지나치게 센티멘탈하고 우스울 정도로 한심하다. 영화가 나왔을 때 LA타임스의 평론가 케네스 투란도 이 점을 지적, “영화를 보면서 좌절감 때문에 울고 싶었다”면서 “그 같은 좌절감은 캐메론이 자신이 이 같은 영화의 각본을 쓸 능력이 있다고 우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탄했었다.


이에 화가 난 캐메론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감동한 내 영화를 보고 헐뜯는 것은 최악의 엘리티즘의 발로요 관객을 모욕하는 처사”라고 반박하는 글을 실었었다.
그러나 인기와 영화의 질과는 무관한 것이다. 이 영화는 다시 봐도 재미는 있지만 질적으로는 역시 범작에 지나지 못한다. 역사적으로 가장 극적인 해양 참사에 가공의 신분이 다른 두 젊은 남녀의 정열적이요 비극적 사랑을 얽어 놓은 영화로선 심금을 뒤흔드는 감동을 느낄 수가 없다.
영화가 나왔을 때 공전의 빅히트를 한 결정적 이유는 앳된 주연 남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숭배하다시피 하는 10대 소녀들의 반복 관람 때문이었다. 이들이 같은 영화를 계속해 관람하면서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당시 조사 결과 영화의 관람객 5분의 1이 25세 미만의 여자로 밝혀졌었다.

1912년 4월10일 2,200여명의 승객을 태우고 영국을 떠나 뉴욕으로 가던 초호화 대형 여객선 ‘타이태닉’이 14일 자정에 가까워 빙하산과 충돌해 15일 새벽 2시께 북대서양에 수장되면서 1,500여명의 인명피해를 낸 사건에 두 청춘 남녀 잭과 로즈의 사랑을 얹어 놓은 이 영화는 ‘타이태닉’ 생존자 로즈가 101세가 돼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몰락한 가정을 구하기 위해 속물 백만장자 칼(빌리 제인)과 약혼한 17세난 로즈(케이트 윈슬렛)는 독립심 강한 여자. 로즈가 자기 주변의 위선자들인 부자들과는 전연 다른 가난한 3등실 승객인 떠돌이 화가 잭(디카프리오)을 만나면서 둘은 깊은 사랑에 빠진다.
3시간20분이란 긴 상영시간의 절반을 두 연인의 시랑을 위해 쓴 뒤 마침내 배가 침몰하면서 일어나는 단말마적인 혼란과 참극 속에서 잭은 자기를 희생하고 로즈를 살린다. 재상영에 관객이 얼마나 호응할지 자못 궁금하다.
PG-13. Paramount. 전지역.

박흥진의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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