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육체의 소중함

2012-04-0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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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햇볕 몇이 파란 하늘에 하얀 밀가루를 뿌리면서 아지랑이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온몸이 노곤한 지붕이나 풀잎 돋는 뜰 위에 뽀얗게 내려앉는다. 봄이 되면 남자나 여자나 봄바람처럼 마음이 술렁이기 시작하지만 나이 들면 온몸이 노곤할 뿐 그 술렁임이 모두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젊은 사람이나, 나이가 들어도 건강한 사람은 부질없다는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고 흥분에 젖어 산다. 나는 그런 사람이 부럽다. 몸이 아프니 두껍던 그동안의 마음이 통증에 비례해 가늘어 진다. 육신이 있어야 그 속에 정신도 있다.

몸이 튼튼해야 정신도 맑게 고이고 사는 맛이 난다. 뭐니 뭐니 해도 육신이 먼저다. 옥에 갇힌 공자님, 사흘을 굶겼더니 말단 간수에게 밥 좀 달라고 우는 소리를 하면서 배가 고프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이것저것 생각하기도 싫다고 했다. 배가 고프고 몸이 아파봐야 육신이 먼저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건강해야 한다. 건강하면 외롭고 고달픈 인생을 위로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만 육신의 건강이 허물어지면 모두 다 헛되게 된다. 마음과 정신이 어디에 담겨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김윤태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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