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흘리는 눈물
2012-03-31 (토) 12:00:00
“여보, 여기 빨리 와서 이것 좀 봐.” 조금은 상기된 남편의 목소리가 나를 잡아당긴다. TV 화면에서는 이탈리아 작곡가 도니제티의 희극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그 유명한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주인공 네모리노가 마을 아가씨 아디나에게서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발견하고 부르는 서정적이며 구슬픈 곡조이다. 남편이 나를 부른 것은 그 아리아를 부르는, 요즘 떠오르는 테너 롤란도 비아존의 목소리와 그 눈빛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짝사랑하던 여인으로 부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발견한 그 벅찬 감격을 소박하고도 순수한 그리고 수줍기까지 한 눈빛을 담아, 갓 씻은 아기의 살결만큼이나 향기롭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표현하고 있었다. 예전의 그 어느 테너에게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순수함이, 순박함이 목소리와 함께 묻어나온다. 그 아리아가 끝나자 객석에서 앵콜을 요청했다. 오페라 공연 도중에는 보기 드문 앵콜이란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껴안고 가는 것이리라. 모든 것을 껴안는다는 것이 그렇게 가슴 아픈 일인 줄 모르고 시작한 사랑. 사랑의 기쁨 때문에 흘리는 눈물은 잠시, 가슴에 품은 그 사람으로 인하여 안타깝고 아팠던 시간들. 갈 바를 알지 못하고 황망하게 서 있었던 때는 또 얼마나 많았던가.
지난 30여년의 함께 걸어온 시간 속에서 남몰래 흘렸던 눈물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다. 내가 숨죽여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마다 항상 내 곁에서 나보다 더 가슴 아프게 나를 위해 눈물 흘리시는 그분을 만났고, 그분의 그 사랑이, 남몰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던 그 상황들은 나의 모습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을 알게 하셨다.
지금도 나는 아버지 앞에 앉아서 남몰래 많은 눈물을 흘린다. 내 가슴속에 담겨 있는 많은 사람들의 삶의 고단한 모습들을 아버지 앞에서 풀어놓을 때 안타까워서,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리고 이 자리에 있게 하신 사랑에 감사해서 ….
이미애 /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