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2-03-29 (목) 12:00:00
마음이 가난한 나는
빗방울에도 텅텅텅 속을 들키고 마는 나는
뭐라 하나 얻어 보려고
계절이 자주 오가는 길목에 앉아
기워 만든 넝마를 뒤집어쓰고 앉아
부끄러운 손 벌리고 있던 것인데
깜빡 잠이 든 사이
아무 기척도 없이 다가와 너는
깡통 가득 동그란 꽃잎을 던져 넣고 갔더라
보지도 못한 얼굴이 자꾸 떠올라
심장이 탕탕탕 망치질하는 봄
깡통처럼 찌그러든 얼굴을 펼 수 없는 봄
길상호(1973 - ) ‘적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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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빈 깡통 같은 가슴에 적선이 베풀어질 것이다. 심장과 얼굴은 탕탕탕 사랑의 망치질로 뛰고 찌그러지리라.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네가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하지 않고 구걸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너에게 봄도 사랑도 던져주지 않았을 것이다. 저 지는 꽃잎 하나조차 결단코 너에게 날아가지 않게 하였으리라.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