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2012-03-27 (화) 12:00:00
모래 속에 손을 넣어본 사람은 알지
모래가 얼마나 오랫동안 심장을 말려왔는지.
내 안에 손을 넣어본 사람은 알지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나를 말려왔는지.
전에는 겹 백일홍이었을지도 모를
겹 동백이었을지도 모를
꽃잎과 꽃잎 사이
모래와 모래 사이
나와 그 사이
그 촘촘했던 사이.
보아라. 지금은 손이 쑥쑥 들어간다.
헐거워진 자국이다
떠나간 맘들의 자국
피마른 혈관의 자국.
신두리 모래벌판 가본 사람은 알지
피마른 자국마다 꽃 피는 거
헐거워진 모래자국으로도 노랗게 꽃 피우는 거
지금, 신두리 모래벌판 꽃냉이 한철이다
슬픔도 꽃처럼 한 철을 맞는다.
최문자(1943 - ) ‘꽃냉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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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밸리 사막을 여러 번 찾아갔었다. 여름에는 글자 그대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뜨거운 지옥을 견뎌내고 겨울의 비를 머금었다가 봄에는 여기저기에 야생화들이 피어났다. 이 봄, 심장을 말리는 신두리 모래벌판에도 거름과 물이 쑥쑥 빠져 나가버리는 헐거워진 틈새에 꽃냉이들이 자리를 잡고 지천으로 피어났나보다. 슬픔도 고통도 견디어 내다보면 꽃처럼 피어나 한철을 맞나보다.
<김동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