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공립학교에서 바지를 엉덩이 아래로 내려 입어 속옷이 다 보이는 ‘새기 바지(Saggy pants)’ 착용 금지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퀸즈를 포함한 주상원 제20지구를 관할하는 에릭 아담스 주 상원의원은 최근 뉴욕 포스트에 실은 글에서 엉덩이를 드러내고 길거리를 걷는 청소년들을 방치한다면 사회규범을 제대로 가르칠 수 없게 될 것이며, 훗날 사회에 진출해서도 제대로 된 사회규범에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새기 바지는 예전의 힙합 스타일에서 바지를 더 내려 입는 것이다. 자유와 힙합 문화의 상징인 새기 바지는 지난 10년 이상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새기 바지 착용을 이미 금지한 주도 제법 있다. 루이지애나에서 처음 새기 바지를 입은 사람을 처벌하기 시작했고 텍사스 교통당국은 이 바지를 입은 사람의 버스 탑승금지 정책을 시행 중이다.
뉴멕시코에 사는 대학생이 새기 바지를 입고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뉴멕시코행 US 에어웨이 비행기를 탔다가 부적절한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탑승 제재를 당한 적도 있다.
그런데 ‘새기 팬츠를 없애 도시 이미지를 개선 한다’는 이 정책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새기 바지가 ‘불쾌감을 준다’ ‘혐오감을 일으킨다’며 승객들이 이 정책에 호응한 것이다.
원래 허리띠를 착용하지 않고 팬티를 반쯤 보이게 입는 이 차림은 교도소 죄수들의 복장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수감자들에게 ‘흉기나 자살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이유로 허리띠를 지급하지 않은 데서 생긴 일이다.
이 때문에 치수가 큰 바지를 헐렁하게 입는 수감자들이 불가피하게 생겨났고 흑인이 다수였던 이들의 문화를 90년대에 랩 가수들이 대중문화화 하면서 유행의 물결을 탄 것이다.
대부분의 한인 부모들은 그런 차림을 한 청소년을 보면 ‘바지가 흘러내리겠네’ ‘바닥의 먼지를 다 끌고 다니는구나’ 하고 한마디씩 한다. 물론 새기 바지를 입은 청소년 중에도 공부 잘하고 품행이 바른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차림을 한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 느릿느릿, 건들거리며 걷는다. 게으르고 의지가 약하며 무책임하게 보이기 십상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어느 날 아이가 달라졌다면 먼저 옷차림을 살펴보라고 한다. 아이들이 갑자기 눈에 뜨이게 달라진 옷차림을 했다면 신상에 변화가 생겼거나 앞으로 변화가 올 징조라는 것이다.
오래전 한 선배가 자신은 몸이 아플 때일수록 정장을 입는다고 한 말이 기억난다. 감기몸살로 몸을 가누기 힘들 때 청바지나 셔츠, 점퍼 차림은 더욱 몸을 퍼지게 한다는 것, 그래서 일부러 정장을 입어 몸과 마음을 긴장시켜 정신을 놓지 않는다고 했다.
어쨌든 한여름에 모피를 입고 가죽 부츠를 신고 다녀도 간섭도, 관심도 받지 못하는 ‘제멋에 사는’ 뉴욕에서 새기 바지 금지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보이지 않는 보수적인 한줄기 흐름이 미국을 이끌고 가는 것이 느껴진다.
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