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기 위해 죽여야 하는 게임이 시작됐다

2012-03-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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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의 전제국가 10대들의 투쟁 그린 베스트셀러작 영화

▶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hjpark@koreatimes.com)

살기 위해 죽여야 하는 게임이 시작됐다

생존술이 뛰어난 16세난 캐트니스(제니퍼 로렌스)가 활로 사냥을 하고 있다.

젊은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Lionsgate가 ‘트와일라이트’ 시리즈와 같은 대박 시리즈를 노리고 만든 영화로 미래사회에서 TV로 생중계되는 필사의 게임에 나간 10대들의 투쟁을 그린 액션 스릴러다. 원작은 수잰 칼린스의 베스트셀러 3부작 중 제1부.

게리 로스 감독의 솜씨는 크게 흠 잡을 데 없이 말끔하고 능률적인데 영화가 재미도 있고 주연 제니퍼 로렌스(지난해에 ‘윈터스 본’으로 오스카 주연상 후보)의 실팍한 연기와 함께 프로덕션 디자인과 의상 그리고 유동적인 촬영 등 오락영화로선 수준급.

그러나 영화가 마치 하나의 훌륭한 글이라기보다 수학 방정식처럼 고지식해 생명감이 안 느껴진다. 예술성이나 깊이 그리고 감정이나 역동성이 부족해 충격이나 감동을 주기엔 부족한 작품이다.


특히 영화는 주 고객들 중 하나인 어린 10대들도 부모의 동반 없이 볼 수 있도록 등급 PG-13(13세 미만이 볼 경우 부모의 사전 지도편달이 필요함)짜리로 만들어 자기가 살기 위해 남을 죽여야 하는 처절하고 폭력적인 내용이나 분위기가 희석돼 맥이 빠진다.

아이들이 아이들을 죽이고 이를 오락으로 즐기는 내용이 과연 10들에게 어울리느냐 하는 문제는 부모들이 판단할 일로 영화는 요즘 세태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영화의 내용이 로마 시민들이 검투사들의 사투를 보고 즐겼듯이 극단적인 격투를 즐기는 현대인들과 또 죽음의 경기가 생중계 되는 것이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리얼리티 TV 쇼를 반영하고 있어 시의에 맞는다고 보겠다.

미래. 스노 대통령(도널드 서덜랜드)이 지배하는 전제국가 파넴에는 12개의 디스트릭이 속해 있는데 그 중에서 디스트릭 12는 가장 가난하고 막일을 하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 파넴의 시민들은 마치 로마 시민들처럼 특권을 누린다. 그런데 스노는 과거 디스트릭이 봉기를 일으킨데 대한 본보기로 매년 ‘헝거 게임’을 연다. 각 지역에서 2명의 남녀 10대들을 무작위로 뽑아 TV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중에 자연 속에서 마지막 한 명이 살아남을 때까지 생사의 게임을 하게 하는 것.

그런데 디스트릭 12에서 소녀 프림(윌로 쉴즈)이 뽑히자 소녀의 16세난 언니 캐트니스 에버딘(제니퍼 로렌스)이 동생을 대신해 게임에 나가겠다고 자원한다. 캐트니스는 활을 잘 쏘는 명 사냥꾼으로 담력 있고 총명하고 생존술에 능한 소녀. 캐트니스는 자기를 좋아하는 같은 지역에서 선발된 피타(조쉬 허치슨)와 함께 게임을 위해 캐피털로 이동한다.

여기서 캐트니스는 과거 이 게임의 승자인 주정뱅이 헤이미치(우디 해럴슨)의 지도하에 맹훈련에 들어간다. 그리고 게임 전 빤질빤질한 파랑머리 시저(스탠리 투치)가 사회를 보는 라이브 쇼에 출연,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는다.

마침내 게임이 시작된다. 캐트니스와 피타는 기지와 용기와 생존술을 총동원해 상대를 죽이면서 살아남는데 이 과정에서 둘 사이에 애정이 영근다(그러나 이 애정은 참 사랑인지 아니면 생존하기 위한 작전인지 애매모호하게 그려진다). 마침내 최후로 캐트니스와 피타가 남게 된다. 둘 중에 하나는 죽어야 할 운명이다.
전 지역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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